깜깜이 선거 유발로 현역 프리미엄 현실화…가족, 운동원 등 지인은 말 못할 고통
“우리 후보님이 정말 되려고 나온 건지 모르겠네요.”
최근 충남 서북부 지역 전통시장 유세 활동을 하던 모 후보 관계자는 잔뜩 짜증이 났다.
유권자들에게 먼저 다가가지도 않고 쭈뼛거리는 지지후보 모습에 실망감 밖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귀찮을 정도로 도와달라며 자신을 끌어들여 놓고는 정작 후보 본인은 쑥스럽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뭔가 잘못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당선권 밖이라는 말도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다.
“당에서 등 떠밀려 나왔다”는 등 주변에선 ‘들러리’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정당 관계자 및 선거운동원, 가족ㆍ친척 등 선거 후보자 지인 중 일부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가능성 있다”는 주장으로 선거에는 나와 놓고, 실제로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 하기 때문이다.
실제 충남지역 유세 현장에서 일부 후보자들은 ‘프로정신’을 발휘하는 정당 관계자들에 의해 끌려만 다니는 등 극도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보통 정치 신인들이었다.
한 후보자는 취재 중인 기자에게 “쑥스러워서 힘들다”고 했다.
하루 수백 명의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명함을 건네며 인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자신감 결여로도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나아가 일부 후보는 지역에서 마련한 후보자 합동 토론회에도 참석하지 않는 등 주민과의 접촉 기회도 갖지 못하고 있다.
예산ㆍ홍성 지역구의 A 후보는 지난달 31일 주민 200여 명이 참석한 지역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문제는 이들의 이런 소극적 행동이 선거 및 후보자에 대한 무관심을 자초한다는 점이다.
온갖 호소에도 유권자의 마음은 바뀌지 않는데, 적극적인 노력까지 없으니 주민들이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실정.
예산군 한 시장 상인은 “악수 한 번 슬쩍 했다고 후보를 다 기억하지 못 한다”며 “획기적인 공약이나 정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믿음이 가는 열정적인 모습도 보이지 못하는데 알지 못하는 사람을 찍어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또 다른 ‘깜깜이 선거’를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지역 유력 정치인은 “정치신인들이 열심히 하지 않으면 유권자들은 안면이 있는 현역 국회의원만 뽑게 돼 있다. 흔히 말하는 현역 프리미엄이다”라고 촌평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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