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령댐 전경 |
지난해 충청권은 200년 주기의 대가뭄을 겪고도 이를 가뭄관리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제도개선에 소홀한 게 현실이다.
주민들이 자발적 물절약 운동과 정부 차원의 노력으로 가뭄재난을 가까스로 극복했지만 결국 기억에서 잊히고 말았다.
국내 가뭄 발생기간은 앞으로 30년 동안 3.4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본보는 3회에 걸쳐 가뭄관리 대처 능력을 점검해본다.<편집자주>
충청권을 강타한 대가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논의되지 않은 물이용부담금 문제가 수면 위에 드러나고 있다.
고갈된 보령댐을 대신해 대청ㆍ용담댐, 금강의 물을 충남 서부 8개 시ㆍ군에 긴급 수혈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은 물이용부담금을 내야 할 처지다.
물이용부담금이 재난상황을 가까스로 극복한 피해 주민들에게 또다시 경제적 부담을 준다는 지적과 함께 지역 간 물 이동을 제한하는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목소리다.
지난해 대가뭄이 닥친 충남 보령댐은 주변 대청댐과 용담댐, 금강의 도움으로 완전 고갈은 피했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저수율 18%까지 떨어진 보령댐을 대신해 대청댐에서 취수한 물을 아산정수장을 거쳐 당진시와 당진화력발전소에 대체 용수로 공급했다.
또 전북 전주권상수도와 충남 서천배수지를 연결하는 관로를 매설해 용담댐의 원수를 서천 서면과 비인의 생활용수로 공급했다.
당진과 서천은 모두 보령댐에서 용수를 공급받던 지역으로 이같은 급수체계 조정을 통해 고갈 위기의 보령댐 저수량 390만t을 지켜냈다.
또 금강에서 보령댐까지 21.9㎞ 관로를 매설해 연결한 도수로를 통해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18일까지 금강물 84만2000t을 보령댐에 수혈됐다.
충남 8개 시ㆍ군 48만명이 식수로 사용하는 보령댐을 지키는 긴박한 재난대응이었지만 보령댐에 수혈된 모든 물에는 물이용부담금이 부과됐고, 결국 주민들이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금강의 수질개선과 상류지역 주민지원사업을 위해 2002년 ‘금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법률’이 제정됐고, 대청댐과 용담댐, 금강 본류에서 취수하는 경우 t당 160원씩 물이용부담금이 발생한다.
보령댐은 물이용부담금 부과 대상이 아니어서 8개 시ㆍ군 주민들은 추가 부담금 없이 사용한 수도요금만 내왔지만, 이번 용수 대체공급으로 물이용부담금이 만들어졌다.
급수체계 조정이 이뤄진 충남 당진과 서천지역에 5억여원의 물이용부담금이 발생했으며, 32일간 가동한 보령댐도수로 물이용부담금은 현재 집계 중이다.
당진과 서천의 물이용부담금은 K-water가 수도요금 감면한 것으로 대체 지급돼 주민들에게 고지서가 발송되지 않았지만, 보령댐도수로의 부담금은 보령광역상수도 사용 8개 시ㆍ군 모두에게 부과될 예정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금강의 물이 도수로를 통해 보령댐에 섞이기 때문에 물이용부담금이 발생했으며, 톤당 40원 기준에서 계산될 것”이라며 “자연 재난상황임을 환경부에 건의했으나 징수 안 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회신받았다”고 설명했다.
대가뭄의 재난을 경험한 피해 주민들에게 또다시 경제적 짐을 지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풍부한 지역에서 부족한 지역으로 물을 이동시켜 가뭄에 대응하는 물관리 효율화를 제한하는 역기능까지 초래하고 있다.
K-water 관계자는 “공급체계 전환을 통해 보령댐의 고갈시점을 2개월 늦추는 등 물을 수계 간 이동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며 “수계 간 이동 때마다 물이용부담금이 발생해 효율적 사용이 어려워져 제도개선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내포= 유희성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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