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우선?’VS ‘생명 존중이 우선?’
낙태의사 처벌을 두고 법원의 엇갈린 판결이 또 다시 나와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최근 법원은 낙태를 유죄로 보고 죄를 묻는 판례가 속속 나오고 있는 반면 낙태여성의 자기 결정권에 비중을 실어 사실상 무죄에 가까운 판결을 내리기도 하는 등 같은 범죄 내용에 대한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28일 대전지법 제2형사부는 업무상 촉탁낙태 혐의로 기소된 의사 김모(63)씨가 제기한 항소심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를 처벌하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없던 일로 해주는 사실상 무죄에 가까운 처분으로 본다.
김씨는 지난 2013년 12월 30일 오전 11시께 자신의 산부인과에서 낙태를 해달라는 임신부의 촉탁을 받고 진공흡입기를 이용해 5주된 태아를 낙태하는 등 2014년 12월까지 모두 32차례에 걸쳐 낙태수술을 해 온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김씨의 선고유예 처분을 하면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깊이 반성하고 있고, 여성의 낙태에 대한 자기결정권 또한 결코 가볍게 볼수 없다”며 “피고인은 8주 이내의 임부들을 상대로만 낙태수술을 했고 혼인외 임신 등의 이유로 낙태를 요구했던 점으로 볼 때 원심의 선고형은 무겁다”고 판단했다.
이에 앞서 대전지법은 지난 2013년 6월, 임신 4∼12주 태아 63명∼140명을 낙태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 4명에 대해 1, 2심에서 모두 징역 6월에 자격정지 1년 형의 선고를 유예하거나 형을 면제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도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했으나 법원의 판결이후 종교계와 사회단체 등의 강력한 항의를 받은 바 있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대전지법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이모(75)씨에 대해서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과 자격정지 1년,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한 바 있다. 또 의사 이씨가 제기한 낙태죄에 대한 위헌심판 제청을 기각했다.
법원 자체에서도 낙태에 대한 뚜렷한 처벌 기준을 잡지 못하고 같은 죄에 대한 엇갈린 판단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낙태에 대한 처벌의 경우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는 것은 판사마다 가치관의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도 낙태를 두고 무조건적인 반대 입장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대부분 문제가 되는 낙태 산부인과의 경우 사무장들과의 마찰이나 자신의 동의 없이 낙태를 했다며 보호자의 항의로 불거지게 된다. 원치않는 임신이나 혼외임신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수요가 꾸준한 상황”이라며 “상당수 의사들은 돈을 벌기 위한 낙태수술보다는 환자의 사정 때문에 하는 수술이 상당 수 일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2년 재판관 4 대 4의 팽팽한 의견 대립 끝에 “낙태수술을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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