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구역 114곳 분쟁조정위원회 운영 없어
독립성ㆍ투명성 높이는 공공관리제 도입 필요
【재건축·재개발 갈등 해법 없나】4. 공공관리제 중심 개발 필요
대전 첫 재건축사업과 가장 최근에 아파트를 준공한 재개발사업에서 조합원들이 수십억원의 청산금 문제에 직면하면서 피해예방에 제도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전에서는 도시정비사업에 갈등을 조정할 분쟁조정위원회가 한 차례도 개최된 적 없으며 정비계획 수립 후에는 전적으로 조합에 맡긴 채 관리감독의 사각으로 남아 있다.
지자체가 관리자로 나서 정비사업 시행 과정을 지원ㆍ감독하는 공공관리제를 대전에서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다.
대전에서 현재까지 재건축ㆍ재개발 관련 조합 4곳에서 청산금 75억원과 60억원의 유치권 문제가 발생했으며, 조합원 700여세대가 피해를 겪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 조합은 길게는 27년간 운영돼 계획한 아파트를 준공하고도 조합원은 막대한 청산금을 납부할 처지거나 아예 재산권을 상실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같은 피해는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이 사실상 소수의 상임위원회가 주도해 의사결정하고 조합원들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래동 재건축조합원 피해를 수집한 정의당 남가현 정책실장은 “조합에 청산금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서 주택을 매입한 피해가 있으나, 시청이나 구청은 조합 내부의 민사적 문제라는 입장이어서 조합원들이 대응할 수단을 잃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도시정비사업을 지정할 때 예산을 지원해 정비계획 수립을 돕던 지자체도 조합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에는 관리ㆍ감독 기능을 못하는 실정이다.
대전시는 지역내 114곳을 정비예정구역을 지정했고 곳곳에서 사업추진에 갈등을 빚고 있으나, 이러한 분쟁을 조정할 분쟁조정위원회는 2010년 이후 5개 구청에서 한 차례도 개최된 바 없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은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도록 했으나, 정보공개청구결과 대전에서는 운영 사례가 없었다.
때문에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조합원들의 피해를 예방하려면 대전에서도 정비사업의 공공관리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구청장이 공공관리자가 돼 조합에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정비사업 시행 과정을 행정ㆍ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서울과 경기도에서 도입돼 운영되고 있다.
전문성 낮은 조합이 시공사나 전문관리업체에 휘둘리는 것을 예방하고 시공사에 돈을 빌려 추진하던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다.
관련 법률에서 공공관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대전에서는 도입하지 않았으며, 관련 정비기금 확보도 필요한 상태다.
대전경실련 이광진 기획위원장은 “자신의 땅과 주택을 맡기고 주민들이 조합원이 돼 주택사업을 하는 것인데 지금은 너무 쉽게 구역지정하고 관리감독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전문관리업체와 시공사에 맡길 게 아니라 공공관리제를 통해 공익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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