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단지에 걸려있는 한국타이어 악취관련 연석회의 개최 안내 현수막. |
하지만 일부 입주민들은 이곳에 사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다. 아파트로부터 약 170m 떨어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나는 악취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공장에서 배출되는 대기물질도 걱정거리 중 하나다. 인체에 해롭지는 않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입주가 시작된 2012년부터 관할 자치구인 대덕구에 민원도 넣어보고 한국타이어와 대책을 논의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참을 만큼 참았다”며 '한국타이어 악취퇴출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주민들은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10일 엑슬루타워를 찾아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이날 오전 11시 대전의 마천루답게 50층 규모의 엑슬루타워가 한 눈에 들어왔다. 아파트 곳곳엔 '11일 한국타이어 악취관련 연석회의를 개최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단지 안은 오전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외출하는 주민들이 많아졌다.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던 A(40)씨를 잡고 물었다. “악취를 느껴보셨나요?” “일주일에 3번 정도는 항상 악취를 느껴요. 제가 사는 동이 공장과 가까워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창문열기도 괜히 겁나고 아이를 밖에 내보내는 것도 걱정되죠.”
유모차를 밀던 B(33·여)씨는 기자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불만을 쏟아냈다. “냄새가 이렇게 심할 줄 알았으면 이곳으로 이사도 오지 않았을 거예요. 악취도 악취지만 공장에서 내뿜는 연기를 보고 있으면 아이에게 영향을 주진 않을까 한숨만 나와요.”
반대로 악취가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경로당에서 휴식을 취하던 C(74)씨가 입을 열었다. “엑슬루타워에 입주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단 한 번도 악취를 맡아본 적이 없어요. 일부 주민들은 아침에 산책하다보면 가끔 냄새가 심하다고 하던데 나는 잘 모르겠고, 만약 난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는 이해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여자 아기를 안고 발걸음을 옮기던 모녀는 “우리 아파트에서 악취가 난 적은 없다”면서도 “공장 악취 문제 때문에 요즘 동네가 시끄럽긴 하다”고 속삭였다.
단지 내 상황을 자세히 알기 위해 관리사무소를 찾았다. 한 직원은 “우리는 거주민이 아니라 자세히 모르겠다”며 답을 피했다.
다른 직원이 설명을 시작했다. “공장과 가까운 동일수록 악취를 느끼는 입주민들이 많은 반면 상대적으로 먼 동에선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아파트 저층과 중층, 상층 중에서도 저층에 거주하는 분일수록 악취에 대한 불만이 높은 상황이죠.”
“악취를 맡은 적은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개인적으로는 고무 냄새를 자주 맡아봤다”고 털어놨다.
한편 한국타이어 악치퇴출 특별위원회는 11일 오후 7시 엑슬루트타워 에듀센터에서 대전시청, 대전시의회, 대덕구의회 관계자들과 '한국타이어 악취관련 연석회의'를 개최한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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