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KTX로 15분 거리에 위치한 도시 광명에 동굴이 있다. 대전에서도 5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 가구 브랜드 이케아와 KTX기차로 유명한 도시에 동굴이라는 이색적인 조합이 재밌다. 동굴 속 원시인류부터 이케아를 쇼핑하는 도시인까지, 광명에선 한나절이면 수만년을 뛰어넘는 체험이 가능하다.
▲광명동굴, 폐광에서 문화를 캐다=제주도, 강원도처럼 석순이나 석주가 그로테스크한 풍경을 연출하는 자연동굴은 아니다. 1912년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자원수탈을 위해 개발한 광산은, 한 때 수도권 최대의 금속광산이었고, 1972년 홍수로 폐광됐다. 그 후 30여년 간 소래포구에서 생산된 새우젓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였다가 2011년 광명동굴로 다시 태어나 객들의 발걸음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연평균 기온 12도. 입구를 들어서자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천장까지 둥글게 감싼 전구들을 보니 다른 세계로 입장하는 기분이다. 가이드가 서있는 곳은 웜홀이라고 불리는데 관광동선을 따라 걸으면 총 세 번을 지난다. 동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공간이다.
빛으로 만든 동굴 속 생명체들을 지나면 예술의전당이 나온다. 뮤지컬, 패션쇼 등 공연이 동굴 안에서 펼쳐진다. 벽에 조각된 여인이 들고 있는 금화를 만지고 황금패에 소원을 적어 걸어두는 소망의 벽, 지하암반수를 이용해 기르는 1급수 어류들, 머리를 산발한 여인이 사진찍기를 기다리는 귀신의 집, 영화 반지의 제왕을 만든 뉴질랜드 웨타워크숍에서 만들었다는 용과 골룸까지. 동굴 안은 작은 테마파크 같다. 동굴 본래의 아름다움에 집중할 수 있는 지하조망대, 호수도 있다. 광부샘물과 와인시음장의 머루와인으로 목을 축이고 나면 전구 불빛의 환송이 기다린다.
명품백은 뻥튀기로 만들어져 허세를 씹어먹고, 전단지를 착착 접어 만든 슈퍼맨과 배트맨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 캔으로 만든 돼지와 인테리어 조명. 꽃이 된 비닐. 버릴만한 것은 다시 쓸 만한 것이기도, 아니 원래보다 더 아름다워 질 수도 있는 거라고 보란 듯이 놓여졌다.
▲가는길=대전역에서 광명역으로 가는 KTX가 하루에 50여편 운행된다. 소요시간은 50분. 이케아는 역에서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한다. 광명동굴은 광명역 7번 출입구에서 17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글·사진=박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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