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초비상]또 구멍난 방역체제…대처 '우왕좌왕'

  • 사회/교육
  • 환경/교통

[구제역 초비상]또 구멍난 방역체제…대처 '우왕좌왕'

민·관 확산 차단 뜻 모았지만 책임회피·소통 부재 등 드러나 돼지 총 3096마리 살처분 처리

  • 승인 2016-02-18 18:07
  • 신문게재 2016-02-19 1면
  • 유희성·김한준·박종구 기자유희성·김한준·박종구 기자
●공주·천안 구제역 초비상

▲ 살처분 작업 분주  18일 구제역 양성판정을 받은 천안의 한 돼지농장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살처분할 돼지를 옮기고 있다. 천안=이성희 기자 token77@
▲ 살처분 작업 분주 18일 구제역 양성판정을 받은 천안의 한 돼지농장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살처분할 돼지를 옮기고 있다. 천안=이성희 기자 token77@

“결국 충남은 또 막지 못했네요. 대체 뭐가 문제인 건지….”

공주와 천안에서 구제역이 확진된 18일 지역민들과 방역당국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민·관은 우선 확산 차단에 뜻을 모았지만, 책임회피와 소통부재 등 방역체계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천안의 확진농장 지근거리 농장주.

“아직 이동제한인지 뭔지 몰라. 구제역이 어디서 난지도 몰라. 시에서는 아무 얘기도 듣지 못했어. 주민끼리 구제역 났다고, 서로 소독 잘 하라고 해서 집에 있는겨. 저녁때는 나가봐야지. TV서 천안 구제역 얘긴 나오더만 어느 집인 지 알아야 안 가든가 하지.”

일부 주민은 한 마을에서도 어느 곳이 발생 농장인지, 이동제한령은 내려졌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

시는 전염병 대처에 우왕좌왕이다.

“자세한 건 기초단체인 면사무소에 물어봐야….” 상황실 운영 여부와 확진농가 위치 등 방역관련 질문에 모른다는 대답뿐인 천안시다.

“방역은 시에서 하는 거 아닌가요….”면사무소는 전문 인력도 없는 데다 통제 권한도 없다는 하소연이다. '철저한 방역'에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한 공무원은 이에 대해 “천안은 시청과 구청, 면사무소라는 부분이 있어 서로 미루는 행태가 만연하고 통제가 잘 안 된다. 시에서 책임지는 것이 맞다”며 “한 명이 총괄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주는 좀 달랐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는 대로 안내해 드릴게요. 남산 2리에서 구제역이 발생했고, 소독을 위해 덕지초소와 남산초소를 설치 중입니다. 방역 통제는 시에서 하고요, 우리 면에서는 급수 지원 등을 진행 중입니다. 초소를 운영할 용역 직원을 불렀고, 전 직원 투입 예정입니다. 현장 취재는 이 지역 밖에서 했으면 좋겠습니다.”

주민들도 만족했다. 남산2리 이장 김모씨는 “지역에서 구제역이 터지니 기분은 좋지 않고, 이동제한도 불편해 빨리 해제 됐으면 좋겠다. 시의 대응은 빠른 것 같다”고 평했다. 다만 시민 박모(37)씨는 “충남 중 공주에서 처음 터진 것은 불명예다. 한 건의 확산도 없도록 전 시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 시는 각종 행사 개최로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천안은 곧 산신제와 장승제, 아우내 봉화제가 열린다. 봉화제는 3000여명이 모인다.

시 관계자는 “농민들이 전염을 걱정해 조기 진화되지 않으면 대규모 행사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공주 역시 오는 21일부터 시민연날리기대회와 달짚태우기, 민요연구회, 피아노공연 등이 계획돼 있다. 그러나 한 단체는 “시 보조 행사가 아니고,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이 아닌 만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행사 강행 의지를 밝혔다.

공주는 이날 956마리의 돼지를 차가운 땅 속에 묻었고, 천안은 2140마리를 묻는 중이다.

유희성·김한준·박종구 기자

*본보의 이번 현장취재는 구제역 전염 방지를 위해 일상적으로 주민들이 활동하는 인근 지역 위주로 하고, 통제구역 내 취재는 전화통화로 진행했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4.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