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옛 숨결 오롯이…북촌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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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옛 숨결 오롯이…북촌 한옥마을

쌓아올린 기와지붕이 빨리만 가려는 우리에게 쉬어가라 말 거는 듯 해 이화동 마을박물관은 보물같은 벽화와 공방이 옹기종기

  • 승인 2016-02-18 13:43
  • 신문게재 2016-02-19 9면
  • 박희준 기자박희준 기자
[주말여행] 이화동 마을박물관 & 북촌 한옥마을


그리고 지금, 주인 없는 헤진 신발마냥
내가 빈 벌판을 헤맬 때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눈 덮인 꿈 속을 떠돌던
몇 세기 전의 겨울을.

최승자 시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중에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했던가. 서울의 초침은 더 빨리 가는 듯하다. 하늘을 가리는 빌딩 숲과 빼곡한 간판, 그리고 앞만 보고 걷는 사람들. 서울에 갈 때마다 느끼지만 무엇이 그리 바쁜 건지 거리나 지하철에선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다. 1000만여 명의 시민을 보유한 대한민국 수도, 그 화려한 이면에 한국의 역사와 아름다움에 발길이 멈추는 곳이 있다. 그림으로 물든 벽화마을과 시간이 멈춘 듯한 한옥마을. 도심 한복판 숨 막히는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건 어떨까.

▲집이 사람이다 : 이화동 마을박물관=마을 전체가 박물관이 돼버린 곳이 있다. 2006년, 한젬마 등을 비롯한 66명의 화가들이 낡고 군데군데 금이 간 이화동 주택가 벽에 그림을 그리면서 생기를 불어넣은 동네. 지하철 혜화역에서 내려 표지판을 따라 굽이진 언덕길을 따라 20분정도 걷다보면 이화동 마을박물관이 나온다. 60년의 세월을 짊어진 채 힘겹게 버텨온 집들 사이, 골목골목 마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작가가 실제로 작업하고 있는 공방, 기념품 가게들이 모여 있다.

벽에 있는 그림들은 원래 하나인양 자연스레 시선이 머물렀다. 드라마에도 출연했다는 골목에는 입소문 듣고 찾아온 외국인들도 제법 눈에 띈다. 서울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했으면서도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 1300년대 축조된 성곽(한양도성)의 웅장함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관광객은 물론 서울 사람들에게도 보물 같은 쉼터가 되고 있다. 철물디자이너이자 쇳대박물관장인 최홍규씨와 이화동 주민들이 일궈냈다는 마을. 살짝 늘어진 전선과 빨랫줄 사이로 보이는 빌딩숲에 그림자가 길어지고 있었다. 이화동 마을박물관에서는 강남에선 느낄 수 없는 푸근함이 있었다.

▲서울 속에 한양 : 북촌 한옥마을=대감님이 수염을 빗으며 걸어 나올 법한 으리으리한 대궐은 아니지만 한국 전통 건축양식을 잘 보존한 북촌 한옥마을. 엎어지면 코 닿을 것처럼 집과 집 사이가 가깝다. 지하철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와 왼쪽으로 꺾어 5분 정도 걷다보면 북촌문화센터가 있다. 북촌 8경 중 가장 유명한 가회동 31번지(북촌 4경) 언덕길은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추억을 카메라에 담기위해 몇몇 여성 여행객들은 한복을 대여해 입고 다녔다.

골목골목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곳곳에 있는 다양한 주제의 공방과 박물관 등을 찾을 수 있다. 고즈넉한 한옥과 저 멀리 보이는 쭉 뻗은 빌딩 숲이 한 폭의 사진에 모두 담긴다. 사실 반나절만으로는 모자랄 정도로 한옥마을의 규모가 크니 자세히 둘러보려면 1박2일 이상 일정을 잡고와도 무방하다. 시간에 쫓겨 뭐든 '빨리빨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에게 작은 쉼표를 찍어주는 서울. 돈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려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일침을 가하듯 차근차근 쌓아올린 기와지붕이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가는길

이화동 마을 박물관=서울역에서 4호선 당고개행 열차를 타고 혜화역에서 하차해 2번 출구에서 나온 뒤 마로니에 공원으로 나오면 이화 벽화마을로 가는 표지판이 보인다. 약 10분쯤 걸어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약 12~15분 정도 소요된다.

북촌 한옥마을=서울역에서 4호선 당고개행 열차를 타고 충무로역에서 내려 구파발·대화행 열차로 환승한 뒤 안국역에서 내린다. 2, 3번 출구로 나온다. 약 15~20분 소요된다. 북촌문화센터에 들리면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팸플릿을 얻을 수 있다.

글·사진=박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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