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후 대전 동구 중앙시장 내 한 헌책방에서 주인과 동료가 오래된 서적을 정리하고 있다. |
●동구 중앙시장 헌책방 가보니 …
“할아버지가 학생한테 비싸게 받겠나. 5000원만 줘. 그래도 비싼가? 좀 더 깎아줄까?”
신간 도서 두권을 계산하려는 20대 청년에게 헌책방 주인 조방현(61)씨는 책값으로 5000원을 불렀다. 온·오프라인 중고서점에서 사려면 두권에 1만원은 할 법한 책이다. 싸게 책을 살 수도 있지만 그보다 훈훈한 온정이 있어 오래된 단골이 많은 곳이다.
대전 동구 중앙시장 한켠에 위치한 헌책방 가게들이 옛 감성을 지키며 일부 단골 손님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거대 중고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이들의 생계를 위협하지만 여전히 찾는 이들이 있어 적은 수입으로나마 운영되고 있다.
17일 오후 군 휴가 중인 김기연(20)씨는 부대 선임의 소개로 이곳을 들렀다. 김씨는 “대형 중고서점보다 더 싼 책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정말 싸게 주셔서 놀랐다”며 “다음 휴가 때도 와서 책을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찬찬히 책을 고르고 있던 김모(42·중구 대흥동)씨는 중앙시장 헌책방의 20년 단골이다. 김씨는 이 곳의 매력을 '옛날 느낌'이라고 꼽았다.
김씨는 “찬찬히 둘러보며 숨어 있는 옛날 책을 찾는 재미가 좋다”며 “사장님도 친근하게 대해주시는 정이 있어 계속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곳 '육일서점'의 주인 조씨는 현재는 사라진 홍명상가에서 서점을 30년 가량 운영하다 5~6년 전 이곳에 헌책방을 열었다. 조씨는 “한 달에 30만~40만원 버는데 돈보다는 책이 좋고 사람이 좋아서 계속 가게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책이 좋아서' 중앙시장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다른 서점도 경제적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헌책방 운영자는 “다리 건너 큰 중고서점이 생기고 나서는 손님이 더 줄어들었다”며 “대구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면 부산은 지자체가 나서서 관광지역으로 홍보해주는 것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중구 부사동에서 헌책방을 운영하는 박효남(63)씨도 이날 중앙시장에 들렀다. 박씨는 “돈도 안되는 이짓(헌책방)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손님들이 와서 둘러보고 오래된 헌책을 사갔을 때 그게 단돈 5000원일지언정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헌책방을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바라보고 온고지신 정신으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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