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둔 3일 방학 기간인데도 충남대 도서관은 공부하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
극심한 취업난과 경제불황에 설 명절이 반갑지 않은 이들이 있다. 그 이름은 바로 '취업준비생'.
3일 충남대 도서관에서 만난 김수진(27·여)씨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임용고시에 또 떨어졌다”며 “꿈만 좇기에는 집에 눈치도 보이고 밥벌이는 할 수 있을지조차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토익 문제 풀기에 열중하고 있는 박규현(28)씨는 “올 상반기 취업이 목표다. 고향 찾을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1분1초가 아깝다”며 “집에 내려가봤자 친척들의 취업 이야기에 스트레스 받을 게 뻔해 차라리 마음 편하게 열람실에서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독서실이나 카페 등에서 공부하는 취업준비생이 늘자 일부 학원들은 일명 '명절 대피소'를 운영하기도 한다.
둔산동 A어학원은 설날(8일)만 제외한 연휴기간 스터디룸을 개방하기로 했다.
어학원 관계자는 “명절에도 공부하는 학생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학원 차원에서 배려한 것”이라며 “취업준비를 위해 이곳저곳 눈치보며 돌아다닐 필요없이 한 공간에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설 연휴기간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청년들도 많다. 택배 물량이 쏟아지는 대전우편집중국의 경우 3.5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이중 대다수가 20대다. 롯데백화점 대전점은 14명 모집의 단기알바 공고가 뜨자마자 50명 이상 지원자가 발생, 하루도 채 지나기 전에 접수가 마감됐다.
실제 알바천국이 최근 '설 연휴 알바 계획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 가량이 '설 연휴에 알바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청년들 가운데 취업준비생(15.4%)이 대학생(8.3%)보다 '친척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알바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전대 취업지원팀 관계자는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에 명절 연휴도 쓸쓸하게 보내는 청춘들이 많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면서 “올해 학생들의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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