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지난 학기에 강의계획서만 보고 신청했다가 교수님의 수업 스타일이 나와 맞지 않아 힘들었다”며 “어떤 강의를 신청하느냐에 따라 성적의 차이도 큰 만큼 선후배들의 후기를 꼼꼼히 살피고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1일 대전지역 각 대학 커뮤니티에 강의 후기를 부탁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차례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 질문의 내용은 '모 교수님은 성적을 잘 주는 편인가요', '출석 체크는 어떤 식으로 하나요', '수업 들을만 한가요' 등이다.
한 사립대의 경우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익명으로 '이전의 강의평가' 코너를 만들기도 했다.
질문 하나에 서너개의 댓글은 물론, 해당 과목 교수로부터 어떻게 하면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지 세세한 정보까지 담겨 있다.
이처럼 시험 직후의 '수업평가'와는 달리 커뮤니티 공간에서의 가감 없는 솔직한 후기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양질의 수업을 선택할 수 있어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교수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학생들의 평가에 따라 강의 개설 여부가 결정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기 때문.
학생 수가 점차 감소하면서 대학측은 강의 평가가 낮은 기준 미달 교수에게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일반 강의의 경우 20명 이상의 수요를 확보하지 않으면 개설할 수 없어 교수들이 '학생 평가'를 외면할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국립대 관계자는 “한 때 대학교수를 '철밥통'이라 부르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교수의 강의력이 떨어지면 학생들은 즉각 반응을 보인다. 강의평가도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교수들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정년 보장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밭대, 배재대를 비롯한 상당수 대학들이 '필수 과목'을 줄이고 있는 등 학생들의 선택 자율권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유병로 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일부 교수는 학생의 의존도가 크게 되면 소신껏 강의를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잘 가르쳐야 살아남는다'는 인식이 강해져 교수들이 긴장감을 갖고 수업에 임할 수 있어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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