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민영 대덕구평생학습원 |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를 통해 그녀의 삶과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면서 '응답하라'시리즈 1920년대 복고코드 바람을 이어가면 좋겠다.
영국으로 돌아간 그녀는 동생과 함께 그동안의 작품들을 글과 그림으로 엮어 '올드 코리아(Old Korea, 1946)'를 발간하게 되는데 오랫동안 우리에게는 알려지지 않다가 키스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한 점 두 점 수집해 오던 송영달 이스트 캐롤라이나대학 명예교수의 노력으로 2006년 마침내 빛을 보게 되었다. 지금부터 백여 년 전 한국을 다녀간 영국 여류화가 엘리자베스 키스가 이렇게 한국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녀의 작품 중 '달빛 아래 서울의 동대문'은 신비스런 색채감을 가지고 있는 수채화로 유명하다. 한국을 소재로 한 일본 도쿄 미술전시회가 일본에서 먼저 개최되었는데 이때 와타나베 쇼자부로의 적극적인 권유로 이 작품은 채색 목판화 제작을 하게 되었고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수채화를 그리던 키스는 100점이 넘는 채색 목판화가의 길로 가게 된다. 그러나 1923년 도쿄 대지진으로 목판본 원본이 파괴되어 재판이 불가능한 까닭에 매우 희귀해졌고 1920년대 이후 전시된 기록이 없어 현재 누가 소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키스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어서 꼭 목판본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1934년 키스의 두 번째 미술전시회가 한국에서 개최되는데 서양화가의 한국 전시회가 두 번 열린것도 미술사상 주목할 일이이다. 하지만 유감스러운 것은 그녀의 그림이 한국인에게 팔린 기록이 없고 거의 서양인들에게 팔린 탓에 지금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작품이 거의 없으며 그녀의 그림을 만나려면 외국 미술시장에서 구입해야한다는 안타까운 사실이다.
평생 제 이름으로 된 집이나 화실은 없었지만 그림으로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섰고, 유머와 재치가 있는 여행과 모험을 좋아한 '방랑화가' 키스에게 한국은 '정신적인 고향' '나의 사랑하는 나라'였다. 한국을 사랑한 한국이 사랑할 그녀의 소중한 우리 옛 그림 읽기로 사라져 가는 찬란한 옛 발자취들을 더듬어 우리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키스의 그림이 계속 소개되고 진가를 인정받기 바란다.
오민영 대덕구평생학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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