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차별없는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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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읽기]차별없는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 승인 2016-01-21 13:51
  • 신문게재 2016-01-22 12면
  • 한옥희 한밭도서관 사서한옥희 한밭도서관 사서
[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 나마스테

▲ 한옥희 한밭도서관 사서
▲ 한옥희 한밭도서관 사서
나마스테! 박범신 작가의 작품이다.

박범신. 작품이 있는 서가에 가보니 한참을 셀 정도로 작품들이 많았다. 작가의 부지런한 작품 활동을 옅볼 수 있었다. 작가는 우리 언니의 고교시절 국어 선생님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친근한 감이 있다. 물론 작품도 재미있기도 하고 말이다. '나마스테' 제목부터 무언가 특이하지 않은가? 네팔어로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어서 오세요, 건강하세요, 행복해지세요, 다시 만나요 등의 광범위한 뜻을 가진 말이라고 한다.

언젠가 작가가 작품의 첫 문장이 잘 써지면 전체가 막힘없이 잘 써진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책은 '눈을 감으면 세상이 환해요'가 첫 문장이다. 왠지 이 작품도 첫 문장이 잘 써져, 막힘없이 술술 잘 써졌을 것 같다. 박범신 작가의 작품은 흡인력이 있다. 일단 재미있다.

비평가 해럴드 블룸은 '교양인의 책읽기'의 서문에 '독서는 자아를 분열시킨다. 즉 자아의 상당 부분이 독서와 함께 산산이 흩어진다. 이는 결코 슬퍼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책이 자아를 분열시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이 있는 울림은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한국 여인과 네팔 노동자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고 볼 수 있으려나? 그러나 단순한 사랑이야기만은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은 막막하게 슬프다. 그리고 눈을 감으면 산벗꽃나무, 사과향기, 히말라야 설산, 네팔에 가보고 싶다, 맑은 푸르고 청명한 추운 겨울. 그리고 환~하다 등이 떠오른다.

주인공인 카밀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의 삶을 잘 그리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들. 우리가 많이 관심 갖지 않는 2005년이면 사실 다문화라는 말이 생기기도 전인데 작가는 역시 시대를 앞서 가는 분인가 보다.

우리 윗세대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겪었을 모멸감과 상상할 수 없는 인권유린 등등 여기 우리 한국 땅에서도 자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요즘은 우리 주위에 외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결혼 이민자들 뿐만 아니라 취업 및 학업 때문에 한국에 와서 사는 사람들 말이다.

이 책에서는 그들의 아픈 삶을 잘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차별이나 냉대가 없다고 해도 자기가 태어난 곳이 아닌 곳에서의 삶은 외로울 것 같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카밀과 카밀의 애인인 사비나가 겪는 일들은 정말 눈물겹다.

얼마 전에도 여당의 최고 지도자라는 분이 연탄봉사를 하면서 연탄색깔과 피부색이 같다는 농담 같지 않은 농담을 하여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다문화지원정책으로 많은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고 역차별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요즘에 있었던 일이다. 가끔 뉴스에서 보는 외국인 노동자가 공장에서 다쳐서 치료비 지원도 못 받고 본국으로 소환된다는 그런 일들이 이 책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사람이 얼마나 악 할 수 있는지. 다 같이 행복할 순 없는 것인가? 카밀의 여자 친구 사비나, 이해할 수 없는 구석도 많지만 그녀가 짊어진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가여워 보이기도 한다. 무능력한 부모와 7명의 동생들이 한국으로 돈 벌러 떠난 사비나에 목을 매고 있다. 그러니 그녀는 점심도 못 먹고 돈을 송금한다. 우리 부모님 세대의 모습이기도 하다. 독일에 광부나 간호사로 또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돈 벌러 떠난 과거의 한국인들의 모습. 한국에 돈을 부치기 위해 얼마나 힘든 노동과 차별과 멸시를 당했을까? 그러고 보면 우리는 좋은 시대에 태어난 것인가? 적어도 먹고 사는 일에서는 자유로우니.

사실 이 책에서 카밀은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잘생긴 청년으로 나온다. 이런 카밀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카밀을 사랑하면서 신우의 아픔은 시작된다.

결코 평탄하게 살아오지 않은 신우는 실패한 결혼생활과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갔다가 흑인의 총에 맞아 그 후유증으로 죽은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카밀의 아픔을 공감한다. 카밀을 사랑함으로써 온전히 그의 아픔을 같이 느끼고 죽음까지도 함께하는 신우.

결말은 카밀과 신우의 딸이 그들의 정신적 고향인 카일라스산에서 젊은 카밀을 다시 만난다. 이렇게 희망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이 나온 지 10년이 지났다. 이 책에서처럼 사비나나 카밀의 친구들이 겪었을 그런 비인간적인 사례는 많이 개선되었으리라 희망한다. 그 동안 외국인들의 범죄나 사회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다. 좋든 싫든 우리 사회는 앞으로 더욱 더 다문화 사회가 될 것이다. 더 이상 회피할 수도 방관할 수도 없지 않은가? 우리 스스로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되지 않을까? 무관심과 차별 없는 다 같이 행복한 사회를 꿈꾸며. 이 한권의 책을 권하고 싶다.

한옥희 한밭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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