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대통령 공약인 4대 사회악(성폭력, 학교 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과 불법집회 근절만 경찰 조직에 강조하고 있지만, 농촌이 많은 충남의 경우 경찰이 농약 관리에도 신경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손쉽게 접하는 농약이 도민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도구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부여에서는 이웃이 가져다 놓은 두유를 먹은 주민 3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있었다. 70대 할아버지가 앙갚음을 위해 몰래 농약을 탄 것인데, 피해자 중엔 7살 어린이도 있어 충격이 더했다.
앞서 2012년 4월엔 홍성에서 250여명이 사용하는 상수도 물탱크에 누군가 농약을 타 다수의 주민들이 병원 치료를 받는 사건도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 노인자살률 1위, 청소년 자살률 2위 충남은 자살 수단 33.3%가 농약인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도내 자살사건 4276건 중 1424건이 농약음독에 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약 악용의 심각성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런 실정에 도민들 사이에선 하루빨리 경찰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다.
홍성에서 농사를 짓는 홍모(76) 할아버지는 “경찰이 매일 차만 타고 다니지 말고 자전거 타고 마을 한 바퀴 돌면서 주민들이랑 얘기도 하면 얼마나 좋아. 농약 같은거 아무데나 굴러다니고… 동네마다 농약 사고 한 번씩은 다 있었어”라고 했다.
함께 있던 이모(62) 씨는 “면사무소 직원이나 이장이 아무리 얘기해봐야 아무도 안 듣는다. 농약이 집 문 옆에, 부엌에 다 있다. 경찰이 계도라도 나서면 동네 어른들이 경각심을 가질 것 같다”고 했다.
경찰들은 부정적이다.
인력도 부족해 업무도 바쁜데 자전거 타고 돌아다닐 시간이 어딨냐는 하소연이다.
그러나 한 일선 경찰관은 “정부에서 4대악만 강조하는데, 지역 현안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시골 경찰관들은 가정폭력과 학교폭력, 불량식품보다 농약 등 실정에 맞는 치안 활동이 필요하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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