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홍보전쟁 치열…의료 아닌 상품으로

버스광고 최대 20% 차지해… 게릴라성 불법 현수막 눈살

▲ 지역의 한 요양병원이 병원홍보를 위해 내건 불법 현수막들. 주말을 이용해 수십장의 현수막을 길거리에 내걸었다.

#1. 을지대학교병원이 2004년 둔산으로 이전했을 때다. 병원은 둔산 이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시내 버스 광고판에 을지대병원을 홍보하기로 결정했다. 자극적인 내용이기 보다는 병원 이전을 알리고 둔산시대 개막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버스광고가 나가자 지역의 한 원로 의사로부터 병원장에게 편지 한통이 도착했다. 지역의 형님격인 종합병원이 버스광고를 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병을 진료하는 의사들이 상업적으로 병원을 광고하고 홍보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낯선 풍경이었다.

#2.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병원'이라는 문구를 치면 800만건의 글이 업로드된다. 심지어 모바일의 경우에는 접속자의 위치정보까지 파악해 검색자 인근의 병원들을 나열한다. 인터넷에선 의료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환자 유인행위들이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수능이 끝난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가격할인 이벤트와 가족이나 친구를 동반하면 추가 할인해 주는 이벤트 등 의료가 아닌 상품으로 팔리고 있는 형편이다.

병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역 병원들의 홍보 전쟁이 치열하다.

버스광고와 지하철광고, 인터넷 광고 등은 물론 길거리에 게릴라성 불법 현수막 광고까지 방법도 다양하다. 병원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보건복지부차원에서 의료광고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고, 의료법도 까다로운 상황이지만 치열한 병원 홍보 열기를 잠재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7일 지역 병원계와 광고계에 따르면 현재 대전지역에 운행하고 있는 시내버스의 10%가 병원과 의료기관을 홍보하고 있다. 많을 때는 20%까지 차지하고 있으며, 병원 개원에 따른 필수 홍보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버스 광고의 경우 축제광고와 분양광고, 영화·공연광고에 이어 병원광고가 4위권이다. 지하철 광고 역시 7~15%를 차지한다.

과거 이동수단을 활용한 광고에 대해서는 상업성이 짙다며 의사들 사이에서 곱지 않은 시각을 보이는 것과 상황이 급변했다.

분양 광고 등이 주로 활용하는 길거리 게릴라성 홍보에 병원도 동참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역의 한 요양병원은 개원을 알리면서 주말을 활용해 길거리에 불법 현수막을 수십여장 부착하는 게릴라성 광고를 하다 적발됐다.

해당 구청은 이 병원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행정처분을 했지만, 현수막 단속이 뜸한 주말을 활용한 게릴라성 광고가 여전한 상황이다.

지역병원 관계자는 “병원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 지면서 환자유치를 위한 다양한 홍보방법이 동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과거에는 의료인이라는 사명감도 있고 상업적인 부분보다는 환자를 중시했지만 이러한 풍조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