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반, 어린이들을 아침마다 TV앞으로 불러 모은 스타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친구들”이라는 인사말과 함께 색종이 한 장으로 아이들의 시선을 끌었던 김영만 아저씨였다. 마술 같았던 그의 손동작은 어린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했고, 혼자서는 도저히 접을 수 없었던 난해한 작품도 아저씨와 함께 하면 신기하게 완성이 되곤 했다.
▲ 종이캐릭터 2016년달력 |
당시 어린이들이 지금은 성인이 되었다. 고사리 손으로 색종이를 접었던 기억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일부는 그 기억을 되살려 우리 주변 곳곳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한국종이접기협회 대전서부지회는 종이문화를 보급하는 민간단체로 지난 97년 개원, 대전지역의 종이문화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처음 발족할 당시에는 종이 접기의 취미가 있는 이들이 모여 아이디어와 정보를 교류하는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각종 전시회를 통한 홍보를 비롯해 종이조형, 클레이아트 등의 분야에서 다수의 전문 교육 인재를 양성, 배출하고 있다.
▲ 원숭이 캐릭터 |
종이접기라 하여 단순히 종이학이나 배 따위를 접는 수준으로 생각하면 오해다. 협회에서 운영 중인 종이접기 프로그램은 20개 분야에 달한다. 대전서부지회 김영미 원장은 “종이접기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창의력의 세상”이라며 “유행에도 민감하지 않아 이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종이티슈함 |
최근에는 취미 활동을 넘어 전문 강사로 활동하기 위한 사람들이 늘어가는 추세다. 강사로 활동하기 위해선 협회에서 운영하는 수업과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짧게는 4개월에서 6개월 과정이 있으며 자격증 취득 후에는 방과후 학교, 어린이집, 문화센터, 재활원, 양로원, 노인대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 김 원장은 “그동안 배출한 강사들만 수 백 명에 달해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을 정도”라며 “최근에는 퇴직 공무원을 비롯해 어린이집 강사나 현직 교사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지도사 과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클래이아트 조형물 |
▲ 종이가방과 보관함 |
취재 당일에도 김 원장의 수업을 받고 있는 회원들이 작품 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초등학교 특별활동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손희란 회원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방과 후 수업이 종이접기 수업”이라며 “좋아하는 취미를 즐기면서 심신을 수련하고 더불어 수입도 생겨 1석3조희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자랑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방원경 회원은 “남들이 볼 때 미술과 종이로 하는 공예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과정임을 수업을 받으면서 알게 됐다”며 “오히려 전공과목 보다 적성에 맞아 전문 연구과정까지 이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 한지로 만든 스탠드 |
완성된 작품은 보기 좋은 조형물의 기능을 벗어나 실생활에도 다양하게 이용된다. 나만의 책을 만드는 북아트(Book Art) 친환경 고무소재로 만드는 클래이아트(Clay Art) 전통한지로 생활용품을 만드는 색지공예(paper industrial art) 우리밀 반죽으로 만드는 맛있는 예술 클레이쿠키아트(clay cookie art) 냅킨을 오려붙여 연출하는 냅킨아트(napkin art) 이 외에도 다양하고 즐거움이 가득한 분야가 실생활에 이용되고 있다.
김 원장은 “손재주가 없는 사람도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자격증 취득은 물론 전문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며 “종이접기에 관심 있는 시민들은 언제든 협회 사무실이나 홈페이지를 방문해 달라”고 전했다.
종이접기 수업문의 한국종이접기협회 대전서부지회 www.paperart.or.kr
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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