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합의 도출 실패로 헌정사 초유의 선거구가 실종되는 사태가 계속돼 자칫 총선 결과에 불복하는 선거무효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별다른 묘수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고, 선거구 획정위원장이 사퇴하며 사실상 식물위원회로 전락, 회의비용 등 국민 혈세만 축냈다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여야는 11일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안과 주요 쟁점법안을 놓고 재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정훈 정책위 의장,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만나 6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기존 입장만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선거구 무효 사태로 예비후보자 등록 중단 및 선거운동의 묵인이라는 초법적 사태에도 비례대표 의석수를 둘러싼 여야 간 첨예한 입장 대치에 정치적 불신감의 고조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여야는 국회에 대한 후보자들의 고소와 국민의 정서를 감안한 듯 미봉책으로 중앙선관위에 지난 1일부터 금지된 예비후보 등록의 허용과 유보된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연장시켜달라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기존 선거구 구역표를 적용,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을 허용해 선거운동을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앙선관위에 등록한 충청권 예비후보자는 93명이다.
이 중에 6명은 선거구 무효 직전인 지난해 12월 31일에 간신히 서류를 제출, 후보자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김신호 전 교육부 차관이 새누리당에서, 고재일 전 민주당 대학생위원회 대외협력국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12일과 13일 각각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며 이들 외에도 선출직 공직자를 비롯한 20여명 이상의 후보가 출마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의 지연에 기존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마냥 지켜볼 수 밖에 없었고 현역 의원은 13일까지 의정보고서 발송할 수 있고 선거운동 가능 등에 견줘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14일 열리는 지미 모랄레스 과테말라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초법적 상황이 언제 종결될 지도 기약키 어렵다.
새누리당 정연상 공주 국회의원 예비후보자는 이날 자료를 내고 “예비후보자들은 선거구 자체가 없어져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현역 국회의원들은 의정보고서 등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공정한 룰을 결정 못하는 국회의원들은 각성하라”면서 “헌법에 위배돼 지역구가 없어지는 사상 초유의 국가비상사태를 맞이한 데 수수방관해온 정의화 의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종민·나소열·어기구 예비후보자 등도 충남도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구 재획정 문제가 빨리 입법화되기를 중앙선관위원회와 여야 지도부에 촉구한다”면서 “특히 천안시와 아산시에서 각각 1석 증설문제와 도내 일부 선거구의 통합문제가 하루 속히 완결돼 유권자의 피해와 예비후보들의 혼란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고 애둘러 불만을 성토했다.
앞서 무소속 고진광 세종시 국회의원 예비후보자는 지난 해 12월 31일 국회의원 전원을 서울중앙지검에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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