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양당 구조에서 빚어지고 있는 '식물 국회'가 유권자들 사이에서 물갈이론으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30~40대 주부의 분노는 생각 이상이다. 이들의 비판 대상은 19대 국회의원들이다. 총선 프레임이 구태정치와 새로운 정치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심판론과 야당의 무능론을 싸잡아 비난하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충청 정가에도 총선 경고음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무상보육을 책임지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과 교육청의 책임감 부재 등에 진저리를 내는 유권자들은 정치싸움에만 골몰한 여야가 초래한 사태라며 4·13 총선에서 투표로 책임을 묻겠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기존 의원들이 아닌 새로운 인물을 선택해 정치판을 바꿔야한다는 이른바 '현역 심판론'이다.
서구 둔산동의 한 40대 주부는 “결국 지금 국회의원들이 국민은 뒷전인 채 밥그릇 싸움만 하다가 이런 사태가 온 것 아니냐”면서 “제대로 일하지 못한 의원들은 바꿔서 국민 무서운 줄 알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분노는 정치신인들도 못지 않다.
헌법재판소가 정한 선거구획정 시한인 지난 연말을 넘기면서 선거구가 소멸되고 정치신인들은 예비후보 자격이 상실됐다. 그런데도 여야의 팽팽한 대립 속에 선거구획정은 여전히 기약이 없다.
예비후보들은 중앙선관위의 단속 유예로 선거운동을 눈감아주고 있지만 선관위 회의가 열리는 11일 이후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유성에서 예비후보로 등록한 A씨는 현역 의원들에 대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직무유기 차원을 넘어 헌법 가치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면서 “후안무치하다”고 비난했다. 일부 예비후보 등은 국회와 지역구 의원들을 상대로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며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19대 국회에 대한 염증은 창당준비가 한창인 국민의당에는 호재로, 나머지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여론이 악화되는 것에 크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충청정가도 현역 심판론과 양당 심판론, 물갈이론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현역 프리미엄이 되레 '독배'로 바뀌고 있다.
대전권에선 친노색이 비교적 강하지 않은 더민주 소속 인사들을 중심으로 '충청 엑소더스' 루머가 빠르게 전해지고 있다. 비(非)문재인계로 분류되는 이상민 의원(유성, 3선)은 분열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친노인 박범계 의원(서을)은 더민주의 비주류계인 박영선 의원과 가깝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권노갑 상임고문, 김한길 전 대표, 박영선 의원 등과 가까운 최명길 유성 예비후보와 박영선계로 알려진 강래구 동구 예비후
보는 시기만 남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한현택 동구청장의 지난 6일 더민주 탈당으로 원심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더민주 인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만 가는 분위기다.
충남대 육동일 교수는 “충청 최고의 인재들이 기존 정치권의 기득권 벽에 부딪혀 정계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어 각 정당이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승리는 어렵다”며 “이번 총선은 기성 구태정치 대 새정치의 새로운 프레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서울=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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