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가 지하에 위치한 대피소, 입구에 오후 6시부터 오전 9시까지 폐쇄된다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유사시 주민들이 피신할 '민방공 대피소' 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피소 건물임에도 문이 잠겨있거나 안내판도 없는가하면 건물 관리인조차 대피소임을 모르고 있었다.
국민안전처는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주변에 있는 대피소로 신속히 대피해야 한다”며 “국가재난정보센터 홈페이지와 안전디딤돌 앱을 통해 주변 대피소를 검색하면 알 수 있다”고 비상사태때 국민행동요령을 공지했다.
안전디딤돌 앱으로 지역 대피소를 검색해 보니 대전엔 1057곳이 민방공 대피소로 지정돼 있었다. 충남과 충북은 각각 651곳, 723곳이 지정됐으며, 세종은 28곳이었다. 주로 상가건물이나 아파트 지하주차장, 지하철 역 등이었다.
하지만 기자가 현장을 둘러본 결과, 위기상황 발생때 주민들이 대피소로 바로 이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안내판 부재로 대피소를 찾기 힘들 뿐더러 아예 문이 잠겨있는 곳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10일 찾아간 중구의 한 아파트단지. 51동이 민방공 대피소로 지정돼 있지만 대피소를 찾을 수 없었다. 한참을 헤매다가 관리사무소에 문의하니 “지하주차장을 말하는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주차장 입구에 표지판이 있었지만, 주차장과 각 아파트를 연결하는 통로엔 대피소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없었다.
▲ 자물쇠가 채워진 아파트 지하 대피소 |
의료기관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피소로 지정된 중구 소재 한 대학병원에도 안내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건물 지하를 중심으로 대피소를 찾아봤지만 헛수고였다. “대피소가 어딨냐”는 질문에 해당 병원 직원은 “잘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서구의 한 상가건물 지하도 비상대피소지만, 건물 주변엔 홍보성 포스터만 가득했다. 건물 뒤편 지하주차장으로 가니 입구에 붙은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문은 닫혀 있었고 '17시 이후에는 주차장이 폐쇄된다'는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주변 은행건물도 지하주차장 옆에 대피소 안내판을 부착해 놨지만 문이 닫혀 출입이 불가능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대형마트도 확인해 봤다. 안전요원에게 대피소 위치를 물었지만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여기 저기 무전을 돌린 후 “지하주차장을 대피소로 사용한다”고 말했지만 지하주차장 어디에도 안내 표지판을 찾을 수 없었다.
취재 도중 만난 시민들 가운데 비상대피소 위치를 아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대피소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이 아파트에 10년 넘게 살았지만, 대피소인 사실은 전혀 몰랐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처럼 대피소 관리가 부실한데다 홍보 부족으로 대피소 위치를 알고 있는 주민들도 적은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대피소 위치와 대피요령 등 비상사태때 구체적인 상황별 행동요령 리플렛 45만부를 제작해 학교와 주민자치센터 등에 배포해 학생교육과 주민 홍보용으로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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