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예원 구암도서관 사서 |
갈매기 켕가는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다가 오염된 기름덩어리에 빠져 혼자 남게 된다. 구사일생으로 마지막 비행을 하게 된 켕가는 함부르크 항구에 사는 고양이 소르바스를 만난다. 켕가는 죽기 전에 알을 낳으면서 소르바스에게 세 가지 약속을 부탁한다. 알을 먹지 않고, 알을 잘 돌봐서 부화할 수 있게 만들고, 새끼 갈매기가 태어나면 나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 세뿔베다가 아이들에게 인간이 자연을 훼손함으로써 빚어지는 폐해에 대해 이야기해 주겠다는 약속에서 태어난 작품이다. 세뿔베다는 라틴 문화권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환경작가로 자연과 환경파괴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환경오염의 실태를 단순히 비판하는 관점을 넘어서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회복이라는 주제의식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개성 넘치는 고양이들이 백과사전을 뒤적이면서 어설프지만 정성가득 새끼 갈매기를 키우는 모습이란….
인간의 환경오염 문제는 켕가가 죽게 되고 소르바스가 알을 키우는 사건의 발단이 되며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이 책에서는 고양이와 인간의 대화가 금기사항으로 나온다. 처음부터 고양이는 말을 할 줄 알았지만 인간들은 자신과 다른 존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금기사항이 된 것이다. 반면 고양이들은 의리있고 새끼 갈매기를 키우면서 다른 존재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새끼 갈매기에게 진정한 행운아라는 뜻을 가진 '아포르뚜나다'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가족으로 인정해준다. 아포르뚜나다가 자신과고양이들이 다르다는 거을 깨닫고 힘들어할 때 소르바스는 따뜻하게 말한다. 네가 날 수 있을 때, 너는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네가 우리에게 자기는 감정과 우리가 네게 가지는 애정이 더욱 깊고 아름다워질 거란다. 그것이 서로 다른 존재들끼리의 진정한 애정이라고….
이러한 애정은 서로 간 편견없이 바라보는 마음에서 나온다. 고양이들이 백과사전을 뒤져봐도 아포르뚜나다를 날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게 되자 금기사항을 깨고 인간과 대화를 시도하는데 시인을 택한다. 작가는 사람들이 시인처럼 세상을 편견없이 바라보길 바라는게 아닐까?
순수하고 편견없이 바라볼 수 있다면 서로 간 본연의 모습을 지키면서 공생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환경문제는 사라진다고 말이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 성당의 종루에서 드디어 새끼 갈매기가 첫 비행을 시도한다. 두려움에 떨지만 소르바스의 따뜻한 격려에 힘입어 새끼갈매기가 드디어 날게 된다. 힘차게 나는 새끼 갈매기와 눈물을 흐르는 소르바스, 그리고 시인의 모습은 서로 다른 존재들끼리의 진정한 관계와 애정을 보여준다.
세상은 인간들만 사는 것이 아니다. 우주의 바다 한가운데 지구라는 작은 섬 하나에서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 등 주변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서로 옹기종기 어울리며 살아간다. 그것을 항상 마음에 두고 서로 조금씩 이해해보자. 언젠가 고양이가 말을 걸어올지도 모르니까.
전예원 구암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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