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포털 게시글 캡처 사진. |
경찰에 따르면 A(23·여)씨는 2014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미혼모들에게 돈을 주고 영아 6명을 데려왔다. A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아기에 대한 고민 글을 올린 미혼모들에게 쪽지나 이메일을 보냈다.
A씨는 접촉한 미혼모들에게 각각 20만~150만원을 주고 아기를 데려왔다. 2명은 출생신고 후 자신의 호적에도 올렸다. A씨가 이런 방식으로 아기를 건네받는 동안 어떤 제재나 감독도 이뤄지지 않았다.
기자가 인터넷 포털에 '개인 입양'이란 단어를 입력했다. '개인 미혼모 입양', '개인 입양 불법', '미혼모 개인입양' 등 개인 입양을 원하거나 궁금해 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아기 입양을 원한다는 양부모의 글도 있었다.
한 미혼모는 “개인입양을 하고 싶다. 좋은 부모 만났으면 좋겠다”며 쪽지를 보내 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엔 연락처나 이메일 주소를 남기며, 입양의사를 밝힌 사용자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예쁜 딸을 키우고 싶은 불임부부인데 꼭 연락을 달라”, “아기를 친자식처럼 예쁘게 키워드리겠다”, “입양을 해보려고 하는데 쪽지를 달라”는 내용이었다.
인터넷에서 아기를 입양시키려는 미혼모와 아기를 원하는 부모간의 거래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사회복지사들에 따르면 일정 금액을 받고 개인 입양을 도와주는 입양 브로커까지 활동한다고 한다.
아동복지법에 의하면 아동 매매가 적발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불법 입양한 당사자들이 매매를 부인하면 조사나 처벌이 어렵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을 통한 개인 입양은 아기가 정상적인 입양 절차를 거쳤는지 알 수 없는데다 친부모를 찾을 수 있는 기회도 막히게 된다고 지적한다. 범죄에 이용될 위험성도 높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로선 입양 기관이나 미혼모 시설에서 입양 관련 글을 모니터링해 적법한 입양절차를 안내하고, 상담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게 최선인 상황이다.
지역 미혼모 시설의 한 상담사는 “적법한 절차 없이 아기를 주고받는 것은 명백한 불법 입양임에도 관련 글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수십 개씩 올라온다”며 “해당 글에 상담 번호를 안내하거나 불법 게시글로 신고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포털에서 관련 글을 사전 차단하거나 필터링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익준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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