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유는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현역 의원에게 최소한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현역의원들에게 유리하다는 말의 이면에는 4·13 총선 일정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에게 가장 껄끄러운 문제는 '낙천 가능성'이다. 경선을 통한 정치신인과의 맞대결, 중앙당의 전략공천에 의한 낙마 등을 효과적으로 피할 수 있어서다.
현역의 꼼수는 이렇다. 경선이 가능한 최소한의 획정 시점은 1월 중순 정도로 여겨진다. 그러나 여야는 느긋한 입장이다.
3월 말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는 점을 감안하면 여야의 후보 확정은 3월 중순쯤에는 마무리돼야 하고, 후보 확정 기준시점에서 경선에 필요한 시간을 역산하면 2월 말까지는 각 정당의 예비심사가 마무리돼야 하며 경선 실시 여부도 정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각 당의 공천신청 접수, 예비심사 기간까지 고려하면 1월 안에 선거구가 획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획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여야 각 중앙당의 예비심사, 경선계획 등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정치 신인들이 행정소송,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눈물 나는 '투쟁'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국 지역구의 당원 명부를 손에 쥔 지역구 의원들은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는 틈을 타 독점적인 선거운동 기회를 누리고 있다.
현역의원들이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려 들기 때문에 최종적인 획정이 1월을 넘어 2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야가 '담판'을 지어야 획정위를 통과할 수 있는게 현실이다. 정의화 의장도 획정위를 통과하지 않은 안을 직권 상정하기는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여야 각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거구 획정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도 현실적 이유다. 새누리당의 경우 친박계와 비박계 간 공천권 다툼이, 더민주의 경우 안철수 의원의 탈당 등 분당 사태가 선거구 획정보다 시급한 당내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선거구획정보다 노동관련 5법, '경제활성화' 법안을 선행적으로 처리해달라”는 청와대 측의 요구까지 개입되면서 선거구 획정 문제는 풀 수 없는 난마(麻)와 같은 난제가 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정 의장과 여야 대표의 선거구 획정 담판 회동은 국민들에게 이만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전시 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오주영 기자 ojy835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