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김성근 한화 감독 "포기않는 야구로 올해 힘찬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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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대담]김성근 한화 감독 "포기않는 야구로 올해 힘찬 비상"

정우람·심수창 등 영입 전력 보강… 끝까지 좌석 지키는 충청팬 '보답' 사람 인(人)처럼 야구가 나를 받쳐… 마리한화 팬들과 가을의 전설되길

  • 승인 2015-12-28 19:01
  • 신문게재 2016-01-04 3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2016 새해특집] 신년대담-김성근 한화이글스 감독

▲ 김성근 감독
▲ 김성근 감독

'붉은 원숭이의 해'병신년(丙申年)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2015년 '불꽃투혼'을 발휘하며 충청민은 물론, 전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한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의 야구는 2016년에도 계속된다. 지난 해 '야신' 김성근 감독의 지휘 아래 똘똘 뭉친 한화 선수들은 매 경기 온 힘을 다하는 경기를 펼치며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 모았다. 올해 한화는 더 높은 비상을 꿈꾼다. 겨울 FA를 통해 정우람, 심수창을 영입하는 등 전력 보강에 성공한 한화는 '우승'을 목표로 올 한해 또 한 번 감동의 투혼을 펼칠 준비를 마쳤다. '불꽃투혼' 한화를 이끄는 김성근 감독<사진>을 만나 지난 시즌의 소회와 올 시즌의 각오, 그리고 그의 야구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2016년 '붉은 원숭이해'가 밝았다. 올 시즌 각오 한 말씀 해 달라.

▲올해 강해지려고 선수들을 보강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부상자가 어떻게 회복하는지가 관건이다. 정상적으로 돌아와 주면 올해 재미있는 시즌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 금년에는 지난해 (팬들이 성원해 준) 빚을 갚도록 노력하겠다.

-지난해 한화가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최근 몇 년간 최하위를 기록하던 팀이 '가을 야구'진출 경쟁까지 했다. 지난 시즌을 총평한다면.

▲프로야구 처음으로 팬들의 성원으로 감독이 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압박감 속에서 시즌을 보냈는데 8~9월에 팀이 가라앉기 시작해 너무 아쉽고 미안했다. 올해에 대한 새로운 각오를 다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 내가 감독을 맡은 팀 첫해 성적이 모두 좋았는데 지난 해에는 그걸 이루지 못해 나로서는 굉장한 오점이 하나 생겼다.



-지난해 겨울 FA를 통해 정우람, 심수창을 영입하고, 외국인 선수 로저스와 재계약하는 등 전력 보강했는데 만족하는가.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 투수도 필요했지만, 야수도 필요했다. 시합해보면 결정적일 때 결정타가 없어서 다른 팀하고 다른 야구를 했지 않나 싶다. 알차게 야구를 해야 했었는데 한방이 없었다. 그런 면에서 거포가 필요했는데 그 점이 아쉽다. 하지만, 지난해했던 경험을 선수들이 갖고 있으니까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우람, 심수창, 송신영 등 투수 5명을 영입했다. 밖에서 볼 때 왜 나이 많은 선수를 보강했는지 묻는데 부상자에 대한 고민이 컸다. 올해 봄까지 이태양, 윤규진 등 부상선수들이 회복되면 좋은데 만일 안되면 어떡하나. 그런 점에 중점을 두고 전력 보강을 했다.

-지난해 야구 열기가 뜨거웠다. 특히 한화와 감독님은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야구팬뿐만 아니라 전 국민적인 관심을 끌었는데.

▲한화는 꼴찌 팀이었다. 그리고 팬들이 볼 때 김성근은 '문제아'라는 인식이 있다. (미소 지으며) 그래서 흥미로워했던 것 같다. 좋든 나쁘든 흥미롭게 본 것 같다. 또, 시즌 초반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두니까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졌다. 우리 시합이 끝까지 버리지 않는 경기, 8·9회 승부가 결정되거나 역전을 하는 경기를 해서 주목을 받은 것 같다. '포기하지 않으면 뭔가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팬들과 사회 전체에 던졌다. 그것이 한화 야구의 매력이었다. 우리는 힘들었지만…(웃음)

-지난해 한화의 '불꽃 투혼'이 사랑을 받았다. 만년 꼴찌 팀의 끈질긴 모습에 박수를 보내 것 같다. 감독님 야구도 늘 마찬가지다. 항상 부족한 상황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점이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어릴 적에 가난하게 살았다. 살아오면서 자기 신념만 있으면 어떤 경우도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 갖고 있다. 팀이나 선수가 가진 잠재력은 개발하기에 따라 무궁무진하다. 나는 연습을 제일 많이 시키는 감독으로 알려졌다. 연습 속에 선수의 미래가 있다. 새로운 길을 가지 않고 편하게 안주하는 사람은 후퇴한다. 그래서 내가 하는 야구는 타협이 없다. 바꿔 말하면 우리는 기술을 팔아먹고 사는 사람이다. 선수는 기술을 향상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자체가 사명감이다. 하지만, 요즘 선수들은 이 기술 갖고 있으면 그것만으로 살고 싶어한다. 구매자들은 금방 싫증을 느낀다. 어떻게든 상품화시켜야 한다. 팀과 선수가 가진 한계를 넘어야만 야구가 성장한다.

-선수를 사랑하는 마음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팀을 위해 선수를 혹독하게 훈련시키고 일부 특정 선수를 혹사시킨다는 우려감이 적지 않다.

▲나이 많은 선수 연습시켜 비난 많이 받는다. 야단치고 엄하게 대해야 비로소 자기 갈 길을 찾아간다. 나이 많은 선수는 맡겨두면 편하게 하려 한다. 그러면 살찌고, 둔해지고, 이름 갖고 야구하려고 한다. 그래서 내가 강제로 끌고 다닐 수 밖에 없다. 어느 조직이든 발전하려면 그 순간 무리하게 돼 있다. 그 과정을 이겨나갈 때 조직이 더 강해진다.

-감독님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사심이 없다는 점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28살부터 감독 생활을 했지만, 남에게 부탁 한 번 해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나도 잘 안 받아도 된다. 안 받으니까 비난 대상될 때도 많다. 나는 사실 정이 많다. 그래서 일부러 선수나 구단과 거리를 둔다. 어느 한 쪽으로 끌려가면 다른 한쪽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학연이나 인연은 얼마든지 만들 기회가 많았다. 붙임성도 없지만, 일부러 멀리했다. 중요한 것은 남의 힘이 아니라 나의 힘이다. 사람을 한문(人)으로 쓰면 기둥 하나가 다른 기둥을 받치고 있다. 야구가 나를 받치고 있지 다른 사람이 나를 받치고 있지 않다.

-올해로 74살이다. 적지 않은 나이다. 현장에서 젊은 감독들과 경쟁하고 있다. 힘들지 않은가.

▲나이를 의식해 본 적이 없다. 며칠 후 얼굴에 점 빼러 갈까 생각 중이다. 다른 구장에서는 괜찮은데 대전구장은 카메라가 반대쪽으로 들어와 오른쪽 얼굴이 많이 나온다.(김 감독은 왼쪽보다 오른쪽 얼굴에 점이 많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점을 뺄까 고민 중이다. 나는 옷차림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은 옷 하나 가지고도 행동이 많이 바뀐다. SK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자다. 하지만, 제자라고 생각 안 한다. 경쟁자다. 다만, 문제가 생겼을 때 조언 정도는 해준다. 시합장에서는 도리가 없다. 싸움은 싸움이다.

-그동안 한국프로야구에 쓴소리도 많이 하셨다. 때문에 궁지에 몰리는 경우도 종종있었는데.

▲1964년 11월 입국 당시 김포공항에 내려 결심한 게 있다.'내가 한 결정에 후회하지 말자'였다. 그것 때문에 매번 벼랑 끝에서 살았다. 22살에는 '대한민국 최고가 되자'고 다짐했다. 20살 때부터 지금까지 야구 때문에 살았다. 희로애락을 야구와 함께했다. 야구가 없었으면 나는 벌써 쓰러졌다. 그래서 나는 야구를 위해서 나를 던질 필요가 있다. 돈이나 지위가 중요하지 않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위해 무엇을 했는 지다. 내가 살고 싶었다면 쓴소리 안 했다. 할 때마다 적이 생겼다. 나는 틀린 것, 약속 어기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1984년 프로감독 데뷔를 OB에서 했다. 당시 OB 연고가 대전이었다. 대전과 인연이 상당히 깊은 것 같다.

▲대전에서 처음으로 프로감독이 됐다. 이번 한화 감독이 나에게 마지막 감독이 아닐까 싶다. 감독의 시작과 끝을 대전에서 보내고 있다. 옛날에는 대전구장을 한 번도 관중이 꽉 채운 기억이 없다. 지금은 야구나 팀, 선수를 아껴주는 마음의 농도가 훨씬 짙어졌다. 예전에는 이렇게 충청도 분들이 전국 각지에 많은 지 몰랐다. 타지역을 가면 (고향 연고 한화팀을)잘 부탁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일본 프로야구에 라쿠텐팀이 있다. 일본 코치 시절 그곳에 시합을 가면 점수 차가 아무리 커도 좌석을 떠나지 않는 관중을 보고 놀랐다. 그게 지금 대전 관중의 모습이다. 아무리 팀이 지고 있어도 비난이 없다. 응원하고 격려해 준다.

-2016년 한화이글스 팬들과 중도일보 독자들에게 새해 덕담 한마디 부탁한다.

▲지난해는 시작이 좋았지만 끝맺음이 아쉬웠다. 올해에는 시작부터 끝까지 여러분과 함께 즐거움 나누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올해에도 더 많은 관심과 격려, 성원을 바란다.


대담= 김덕기 취재1부장
정리= 이상문 기자·사진= 이성희 기자

● 김 감독은…

1942년생. 현 한화이글스 감독. 일본 쿄토 태생. 일본 가쓰라 고교에서 투수로 선수 생활을 시작해 재일교포 학생야구단, 동아대, 교통부, 기업은행 등에서 선수 활동을 했다. 1969년 마산상고 감독을 시작으로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84년부터 OB,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SK, 고양 원더스(독립구단) 감독직을 수행했다. 주요 기록으로는 2002 한국시리즈 준우승(LG), 2007·2008 한국시리즈 2연패(SK), 2008년 9월 프로야구 통산 두 번째 1000승 달성, 2009년 5월 프로야구 통산 두 번째 2000 경기 출장, 2009 한국시리즈 준우승(SK), 2010 한국시리즈 우승(SK)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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