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 시장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 가을 활발했던 주택 공급이 마무리되면서 주택공급자와 투자자 모두가 내년 시장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더구나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은 시장을 살리려는 것인지 아니면 위축시키려는 것인지 그 속내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는 올 들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두가지 상반된 정책을 내놨다.
먼저 정부는 지난 2월 청약 간소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기존 청약 1·2순위를 1순위로 완화했다. 서울·수도권 청약 1순위 자격 기준은 가입 1년으로 낮춰졌으며 지방에서는 6개월의 가입기간만으로 1순위 자격을 얻게 됐다.
1순위 청약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청약시장에 대한 거품만 확대돼 대전에서는 일부 아파트의 특정 타입 규모에서 44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청약제도 간소화로 인해 올해 청약시장에 대한 열기는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이에 반해 정부는 부동산 대출 규제라는 정책을 내년부터 펼친다. 거치식 대출을 없애고 원리금 상환을 의무적으로 택해야만 하는 대출상품인 것. 이는 국내 가계부채가 위험수준에 도달한 만큼 부채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됐지만 부동산업계에서는 시장 분위기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는 위험한 대책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정부가 상반된 정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갯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외 변수 역시 시장에 대한 정확한 전망을 하는 데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이미 미국 기준금리의 인상으로 내년 국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이미 올 4분기부터 시중은행에서는 부동산담보대출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0.1~0.3%p씩 상승하고 있어 대출 부담이 갈수록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년부터 입주 아파트 공급이 급증하면서 주택 공급 초과현상으로 물건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부동산 시장을 황폐화시키는 요인이다.
곳곳에서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이 선뜻 나서기에도 무리가 많다는 얘기다.
한편으론 부동산 시장 위축 시기가 빨리 찾아와야 정부가 또다시 부동산 시장에 칼을 댈 수 있는 명분이 생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동안에도 정부는 연이어 부동산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 강화대책에 대해 일단 부동산업계에서는 한시적인 위축 이후 또다시 당근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경우, 대형 건설사들의 경영에 어려움이 닥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역시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을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기대다.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의 결론은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결과를 맺게 된다는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도록 정부가 신규 공급을 자제하고 기존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대안을 잘 만들어서 시장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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