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확실성과 막연한 불안감은 저금리와 저성장이라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 경제주체를 짓누른다. 한국은행이 총재 발언 하루 전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166조원에 이르고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이른바 한계기업은 3471곳에 이른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금리인상에 상당히 취약한 구조라는 얘기다.
▲위험 수위에 이른 가계=가계부채는 지난해 같은 시점과 비교해 10.4% 증가한 1166조원 규모다. 금액기준으로 보면 올 3분기 중 35조원 늘었는데 이는 대출금리 하락과 주택경기 개선으로 주택거래가 증가하고 분양호조로 집단대출 취급이 확대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43%로 올 3월말 138%에서 6개월 사이 5%포인트 상승했고 2분기 부채상환지출비율은 41.4%로 전년 동기 대비 2.7%포인트 올랐다.
이 보고서는 특히 금리인상 여파로 집값 급락 등의 충격이 발생하면 전·월세 보증금 반환에도 잠재적인 위험이 있을 것으로 봤다.
전·월세 보증금 가격이 20% 폭락하는 경우 보증금 있는 임대가구의 11.9%(88만가구)는 추가로 대출이 필요하고 5%는 대출을 받아도 보증금 상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추정됐다.
반환위험이 높은 전·월세보증금 규모가 크지 않지만 전·월세가구 수가 적지 않다는 측면에서 향후 전·월세 시장이 경색되면 가계 전반의 금융 및 실물거래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주택담보대출 가이드라인'에 포함되지 않은 집단대출이 가계부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01조원에서 올해 9월말 104조원으로 늘었다. 상반기 중 안심전환대출이 공급되며 집단대출 금액 일부가 주택금융공사의 개인대출로 이전된 점 등을 감안하면 실제 증가폭은 1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보고서는 추산했다.
집단대출은 중도금, 이주비의 경우 주로 일시상환이나 변동금리로 취급되고 일정 집단을 대상으로 대출심사가 일괄적으로 이뤄지는 등 개인의 상환능력에 대한 점검이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느슨하다는 점이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대출로 연명하는 한계기업=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중국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리 기업은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올 상반기 -7.3%로 지난해 상반기 -1.2%보다 감소세가 크게 확대됐다. 성장과 수익의 빈곤은 채무상환능력 저하로 이어져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비금융법인기업 2만7995개 업체 가운데 만성적 한계기업은 지난해 기준 2561개였다. 2009년 1851개에서 700여 곳 더 증가한 것이다.
비제조업 부문에선 운수·건설업종, 제조업은 조선·철강업종에서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이 크게 늘었다.
이들 한계기업이 금융기관 차입금, 회사채, 매입채무 등을 포괄해 보유한 부채 규모는 228조원 규모로 19만 1000명의 근로자들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만성적 한계기업의 매출액은 2011년 이후 증가세가 둔화하다 2014년 감소로 돌아섰고 매출액영업이익률도 마이너스 행진하고 있다. 이들은 수익성 부진에 따른 현금흐름악화로 운영자금을 주로 외부차입에 의존한다는 게 문제다.
또 정상 기업에 비해 유형자산이나 종사자 수 증가율이 낮아 만성적 한계기업이 늘어날수록 경제 전체의 설비투자와 고용은 증대되기 어렵다.
국내외 여건으로 볼 때 한계기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인상과 같은 악재는 곧 기업의 대규모 부실과 금융시스템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미 금리 인상으로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국에서 글로벌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 우리 경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신흥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규모는 지난해 2118억 달러로 총수출액 중 37.6%를 차지하고 있고 자본투자는 3079억 달러에 이른다.
신흥시장과 교역 및 자본거래가 확대되면서 실물·금융 측면에서 연계성이 크게 높아져 미 금리인상에 따른 해외자본 유출, 중국 경제성장 둔화 등 잠재위험이 국내로 전이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한국은행은 제언했다.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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