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은 시즌 초반 승부를 거는 팀 운영을 해왔다. SK 왕조시절에는 4월과 5월 전력투구해 선두권을 치고 나갔다. 이후 시즌 중반 체력이 떨어지면서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힘을 비축해 시즌 막판까지 달리는 전략을 썼다.
올 시즌 한화에서도 시즌 초반 승부에 집중했다. 몇 년간 최하위를 달리던 팀의 체질 개선을 외치며 초반 팀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에 한화는 초반 상위권으로 치고 올랐다 하지만 시즌 막판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결국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얇은 선수층이 문제였다.
내년 시즌도 한화는 시즌 초반부터 전력투구할 가능성이 크다. 변수는 부상자다. 이태양, 윤규진, 송창현, 배영수 등 부상선수들이 복귀하는 시점까지 버텨야 한다. 부상자가 돌아오기 전까지 상위권 성적을 유지한다면 이후 탄력을 받아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설 수 있다. 하지만, 자칫 초반 성적이 부진하면 올겨울 투자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수 있다.
한화는 이를 위해 올겨울 스토브리그에서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전천후 스윙맨 심수창을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했다. 이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투수 송신영을 메웠다. 여기에 두산에서 방출된 이재우를 영입했다.
심수창과 송신영 모두 올 시즌 소속팀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심수창은 올 시즌 39경기에서 4승6패5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6.01을 기록했다. 올 시즌 투구폼을 바꾸면서 초반 맹활약했지만, 잦은 보직이동으로 후반기 부진했다. 송신영도 18경기에서 7승4패 평균자책점 5.35로 넥센이 구멍 난 선발진을 잘 버텨줬다. 이재우는 올 시즌 37경기에서 2패 9홀드 평균자책점 6.26으로 부진했지만 2005년 7승5패 28홀드 평균자책점 1.72를 기록하면서 '홀드왕'에 오르기도 한 일정 수준의 커리어를 가진 선수다.
김 감독은 “정우람, 심수창, 송신영 등 투수 5명을 영입했다”면서 “밖에서 볼 때 왜 나이 많은 선수를 보강했는지 묻는데 부상자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봄까지 이태양, 윤규진 등 부상선수들이 회복되면 좋은데 만일 안되면 어떡하나. 그런 점에 중점을 두고 전력 보강을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부족한 포지션에 대한 강화에도 성공했다. 포수 차일목과 외야수 장민석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했다. 한화는 주전포수 조인성의 나이가 많은데다 정범모, 허도환 등 젊은 포수들의 성장세가 뚜렷하지 않아 취약 포지션으로 꼽혔다.
외야는 최진행, 김경언, 이성열 등 한방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수비와 주루에서는 아쉬움이 많았다. 장민석은 두터운 외야진을 갖춘 두산에서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이전 넥센에서는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를 과시했었다. 백업 선수로 활용가치가 높다.
한화가 내년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올해 겨울 영입한 선수들의 활약이 필요하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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