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공립고인 대전고의 국제고 전환이 결국 대전시의회에서 부결됐다.
지난 9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로부터 '국제중·고 병설 추진'을 이유로 재검토 통보를 받은 만큼 사실상 대전고의 국제고 전환은 무산된 셈이다.
1년 여간 숱한 논란을 일으켰던 대전고의 국제고 전환은 결국 동창회간 갈등을 시작으로 지역주민간, 그리고 교육계 분열만 남긴 채 끝이났다.
대전시교육청은 원점에서 국제중·고 추진절차를 밟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역교육계는 새롭게 추진되는 대전국제중·고 설립은 시교육청이 속도전 있는 행정 추진보다 책임있는 의사수렴 과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대전고의 국제고 전환 추진과정에서 보듯 충분한 시민의견 수렴 없이 행정을 추진하면서 지역사회의 여론이 찬반 양론으로 분열됐고, 여기에 시의회와 시교육청의 '핑퐁식' 의사결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던 만큼 앞으로는 충분한 시민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부지 선정 등도 합리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당초 대전 국제중·고 추진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대덕특구 등의 세계적인 석학 및 연구원 자녀들의 교육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추진됐었으나 이후 신설에서 공립고 전환으로 추진되면서 어느 순간 '지역인재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바뀌었던 것이 사실. 이로인해 귀족학교, 원도심 지역의 학습권 침해라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지역갈등 양상으로까지 확산됐다.
현재 시교육청은 시의회의 부결로 계획대로 과학벨트 내 신동·둔곡지구와 옛 유성중 부지에 병설 등의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중이다.
김용선 시교육청 행정국장은 지난 16일 시의회로부터 대전고의 국제고 전환이 무산된 후 “예산은 이미 확보된 상태이고, 부지 문제가 관건”이라며 “시민과 시의회 뜻을 존중해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해 빠른 시일내 발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제고 전환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대전고 동창회간 갈등 봉합도 숙제다. 비평준화 시절 지역 최고의 명문고 명성을 얻었던 대전고는 오는 2017년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명문고의 옛 영예를 되찾기 위해 국제고 전환을 최대 숙원사업으로 추진해 왔으나 이번 국제고 전환문제를 놓고 집행부와 동창회원간 갈등을 빚고 있다.
지역교육계 관계자는 “대전고 동창회도 이번 일을 계기로 얼마든지 단단하게 뭉칠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시교육청은 시간을 갖고 합리적으로 행정 절차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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