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제중·고 설립이 난항을 겪은데는 부지 문제로부터 비롯됐다.
과학벨트 조성사업이 지연되면서 사실상 국제중·고 설립도 표류하기 시작했다. 학교부지인 둔곡동이 시내에서 원거리이고 고압선이 지나가는 이유로 옛 유성중과 유성생명과학고로 옮겨졌다.
그마저도 뒤늦게 그린벨트 해제 문제가 불거져 국제중은 옛 유성중 부지에, 국제고는 대전고 전환으로 변경됐으나 이 또한 무산되면서 시교육청의 매끄럽지 못한 행정력도 도마위에 올랐다.
목표했던 개교 시점 역시 당초 2015년에서 2019년으로 수정됐다.
▲7개 국제고 설립·2개 추진중=현재 전국적으로 국제고는 서울국제고와 경기지역의 고양·동탄·청심국제고, 세종국제고, 인천국제고, 부산국제고 등 7곳이다. 대구국제고가 2018년 목표로, 창원국제고가 2019년 목표로 추진중에 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의 공약사항으로 추진됐던 대구국제고의 경우 대구 북구 교육국제화특구에 전국 최초 중국어 중심학교를 설립하겠다며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지난 2013년 부지매입 문제로 대구시와 교육청간 입장 차이를 보이며 한차례 개교가 무산된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서 '사업비 및 부지 위치 재검토'가 결정되기도 했지만 대구교육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부지 문제에 합의했고,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힘도 보태졌다.
창원국제고 역시 2019년 개교를 목표를 창원시 차원의 설립 운동이 추진중이다. 지역인재의 타지역 유출을 통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내고 있다.
▲지역민 갈등 접고 시의회 등 협력 모색해야=대전고의 국제고 전환을 놓고 1년여간 찬반으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지역민의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느냐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시간이 갈수록 국제중·고 설립 본래 취지와는 벗어난 채 흑색선전과 폭력사태, 고발 등으로 비화됐기 때문.
또 시교육청과 시의회간 '떠넘기기'를 계속하면서 교육계의 피로감은 누적됐다.
시교육청 역시 책임회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시민의 의견을 다시 수렴하고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는데 주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제 시교육청은 부지부터 원점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본래 계획대로 과학벨트 내 신동·둔곡지구와 옛 유성중 부지에 병설 등의 방안을 놓고 검토중이다. 현재 과학부지의 경우 학교용지로 확보된 땅이 없어 대전시, 미래창조과학부, 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의 기관 협력이 관건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번 시민 토론회에서 확인했듯이 대전에 국제고를 설립한다는데 이견이 없는 편”이라며 “현재로선 신설이 유력한 만큼 부지 매입 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소연 기자 daisy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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