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권계시 대표 |
“연구실이 지저분해 미안하다”던 그는 금세 잉크젯 프린팅기술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체계화된 경험을 쏟아냈고 찻잔에 담긴 뜨거운 커피 같은 열정을 드러냈다.
지난 18일 아산 순천향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있는 권계시(45·사진)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다. 순천향대 기계공학과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권 교수는 잉크젯 프린팅 업체 피에스(PS)를 창업한 대표이기도 하다.
연세대를 거쳐 카이스트에서 기계공학과 석·박사를 마치고 대기업 기술원에서 연구자의 길을 걸어온 그는 PS 창업 3년 만에 50만 달러 규모의 잉크젯프린팅시스템을 수출하는 업체 대표로 변신했다.
10여 년 전 기술원에 다니던 시절 엘시디(LCD) 컬러필터 제조단가를 낮추기 위한 연구를 위해 잉크젯에 관심을 갖게 된 권 대표는 순천향대 교수로 이직하면서 잉크젯 프린팅 연구를 이어간다.
신생 분야이기에 연구에 충분한 물적 지원을 받기 어려웠고 앞선 연구자도 많지 않았다. 수천만원 하는 잉크젯 테스트 장비를 제한된 연구비로 만들기 위해 예전 동료를 찾아 비를 쫄딱 맞으며 읍소하기도 했다.
프린터 기업인 제록스(Xerox)가 세운 민간 연구소로 레이저프린팅, 이더넷 등을 탄생시킨 팔로알토리서치센터(Palo Alto Research Center)에서 인쇄전자와 잉크젯 연구를 한 1년은 잉크젯 기업 창업에 확신을 준 시기다. 그의 노력은 잉크젯의 핵심인 토출 제어와 독창적인 측정방법으로 결실을 맺었고 그는 이제 인쇄전자부문의 국제표준인 IEC TC119에서 잉크젯 측정과 관련한 국제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권 대표는 또 한끝 차이 기술로 우열이 가려지는 잉크젯 프린팅 분야에서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도모하고자 해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학회에 꾸준히 참석해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는 학회에서 발행하는 SCI저널인 'Journal of Imaging Science and Technology'(JIST)의 부편집장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는 부인과 아홉 살 아들이 있는 서울 집을 마다하고 학교 연구실과 인근 숙소에서 밤샘 연구를 하고 있다.
권 대표는 “헝그리(hungry)정신이 없었다면 코드 하나, 하드웨어 하나까지 혼자 만들어 장비를 테스트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잉크젯 기술에 대한 확신과 열정으로 연구환경의 부족함을 메워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모친이 자신을 임신했을 때 태몽에서 들어 이름자로 쓰게 됐다는 '계시(啓示)'를 언급하면서 “잉크젯 프린팅 분야에 대해 일종의 계시를 받아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끔 하기도 한다”며 “여러모로 풍족하지 않은 환경에서 나를 믿고 따라준 직원들과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잉크젯 프린팅을 선도하는 강한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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