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팅 공정기법으로 만들어진 전자소자나 전자제품을 뜻하는 인쇄전자는 나노기술을 기반으로 RFID, 메모리, 디스플레이, 전지, 조명, 센서, 유기트랜지스터 등 새로운 제품군에서 널리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년 뒤인 2019년엔 산업규모가 570억달러(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은 인쇄전자 기술을 적용한 제품과 기술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대표를 포함해 직원이 4명에 불과한 충남 소재 한 작은 벤처기업이 이름도 생소한 인쇄전자산업에서 기술력과 열정으로 일궈낸 눈부신 성과다.
▲프린팅솔루션 선도하는 벤처기업 피에스(PS)=아산 순천향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는 벤처기업 피에스(PS)는 프린팅솔루션(Printing Solution)의 준말로 프린팅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잉크젯 솔루션의 선도업체를 표방하고 있다.
잉크젯 솔루션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된다.
반도체 제조과정에선 투입 수에 대한 완성된 양품(良品)의 비율 즉, 양품률이라고도 하는 수율(收)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예를 들어 디스플레이의 한 종류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불량을 검출하고 수리하는 것이 비용절감 측면에서 큰 이슈인데 PS의 전기수력학(EHD·Electrohydrodynamic) 잉크젯프린팅시스템(Desktop jet printing system)은 미세한 선폭을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어 불량이 감지된 위치에서 바로 문제점을 수리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잉크젯프린팅시스템은 OLED 등을 대면적으로 생산하거나 공정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PS는 헤드와 노즐의 개수가 많아진 상황에서 토출이 정상적으로 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연구를 지속해 낮은 비용으로 동시에 고속으로 토출 불량을 검출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미국 MIT출신들이 설립한 벤처회사는 새로운 3D프린터를 제조하는 곳으로 PS의 잉크젯 프린팅 연구용장비를 토대로 기능과 장비를 개조한 시제품(prototype)을 만들어보고 싶다며 웃돈을 얹어주면서까지 납품기일을 앞당겨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서울대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기업 등과 구매계약을 마쳤다. 제품 판매를 위해 특별히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이런 성과가 나온 데는 사용자들이 다양한 실험과 아이디어를 시도할 수 있도록 장비와 소프트웨어의 유연성을 강화한 것이 유효했다.
또 연구 결과를 논문이나 동영상으로 만들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한 전략적 기술개방도 큰 몫을 했다. 경쟁업체 등이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 비슷하게 장비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 또 다른 기술을 개발하면 될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기술집약적 산업에서 연구개발과 기술에 대한 배짱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논문 발표나 동영상 공개 전 반드시 특허 출원을 했다. 기술을 공개는 하되 특허로 권리를 보호하는 똑똑한 개방전략으로 PS의 제품과 기술력은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
한국무역협회 대전충남지역본부가 충남도의 ‘수출초보기업 해외마케팅 지원사업’을 위탁받아 시행하고 있는 무역실무 지원제도의 도움도 컸다.
올해 5월 PS는 수출초보기업 해외마케팅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됐고 무역협회는 자문위원을 수시로 파견해 중국 바이어와의 협상 조율, 계약서 검토(불리한 조항 등 삭제), 결제조건 검토, 유권 해석 등의 실질적인 자문을 해줬다.
지난해부터 해외 바이어로부터 거래 제안을 받았으나 수출거래 협상 등 실무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무역협회의 자문은 수출실적을 올리는 데 밑거름이 됐다.
▲수출 걸음마 뗀 PS '이제 양산으로'=잉크젯프린팅의 기술을 토대로 해외수출의 포문을 열었지만 PS가 도약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대표를 포함해도 4명에 불과한 소규모 벤처기업이다 보니 연구만 해온 관련학과 석·박사급 인력들이 수출, 마케팅 등 세부적인 경영업무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모두가 일당백의 정신으로 무장한다 해도 쉬운 일은 아니다. 점진적으로 회사 규모를 확장하고 고급인력을 확충해 업무와 성과를 나눠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 수출실적의 대부분은 전기·전자공학, 신소재공학, 재료공학, 화학공학, 기계공학 등 관련산업과 연계된 연구소나 대학 등의 연구용장비로 한정돼 있는데 이를 뛰어넘는 양산과 차별화된 기술을 통한 산업분야 상용화가 큰 과제다.
연구용장비는 논문발표 등으로 인용(reference)이 되면 다른 대학·연구소가 덩달아 장비를 구매하는 특성이 있으나 산업영역은 다르다.
일본이나 미국 등 잉크젯 기업들과 세미나에 참가하거나 기술개발 및 마케팅을 위한 접촉을 늘려가는 이유다.
순천향대 창업보육센터에서 이제 알을 깨고 나와 수출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준 PS는 잉크젯 프린팅과 모니터링시스템 개발로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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