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경계선에 선 한 인간의 고뇌… 그 절제와 서정에 매료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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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경계선에 선 한 인간의 고뇌… 그 절제와 서정에 매료되다

시향 마스터즈 시리즈 '멘델스존의 고백'

  • 승인 2015-12-17 14:14
  • 신문게재 2015-12-18 10면
  •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11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열린 대전시립교향악단 마스터즈 시리즈는 '멘델스존의 고백'이란 흥미로운 제목으로 관객 앞에 섰다. 통상적으로 연주되는 서곡 대신 그리스 작곡가 스칼코타스(N. Skalkottas 1904~49)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5개의 그리스 춤곡이 첫 곡으로 등장했고,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3번과 멘델스존 교향곡 5번이 뒤를 이었다. 세 작곡가는 모두 전통의 틀 안에서 진보적 변화를 모색한 작곡가들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리스 출신인 디아만티스(P. Diamantis)의 지휘로 초연된 첫 곡은 서양음악의 전통에 그리스의 민속적 요소를 결합한 작품으로 조성적 틀 안에서 선법적 선율의 변화를 활용해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마치 과거 위대한 그리스제국 병사들이 행진하듯이 표현된 첫 춤곡을 시작으로 저음현악기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목관악기의 서정적 선율간의 대조적 음색, 협화와 불협화의 의도적 배치로 야기되는 현대적 음향은 전통과 혁신의 시대적 고민 속에서 살아간 20세기 초 현대작곡가들의 전형적 모습을 보인다.

그리스음악에 풍부한 경험을 지닌 지휘자는 작품의 본래적 색깔을 보여주려고 열심히 노력했으나, 아직 대전시향의 손에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음향과 지나치게 무겁게 다가온 금관악기의 불안정한 음색은 생경한 음악을 더 낯설게 받아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전과 낭만시기 작품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전시향의 레퍼토리를 다양화하는 측면에서는 고무적이었으며,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음악을 체험할 유익한 기회였다.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활동한 프랑스 작곡가 생상스의 음악적 기지와 발랄함, 우아한 고전적 경향이 시적 낭만성과 완벽하게 어우러진 걸작이다. 절제된 카리스마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바이올리니스트 김필균의 손에서 새록새록 뻗어 나온 생생한 선율과 세련된 감성은 대전시향 악장이 아닌 독주자로서도 표현력 있는 테크닉을 갖췄음을 여지없이 증명했다. 하지만 김필균은 앞으로 무엇을 보여줄까 고민해야 한다. 교향악단의 악장이나 실내악단의 리더가 아닌 솔리스트로서 무대에 선다면, 더 대범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한계를 깨고 나와 절제가 아닌 과감한 카리스마를 갖추고 관객 앞에 서야 한다.

마지막 연주곡인 멘델스존 교향곡 5번(종교개혁)에서 멘델스존의 고백은 비로소 그 의미를 드러낸다. 멘델스존이 누구인가. 바흐, 헨델,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으로 이어지는 독일의 강력한 음악전통은 사실 멘델스존의 기여에 힘입고 있다. 작곡가, 지휘자, 교육가로서 멘델스존이 평생 헌신한 것은 바로 독일음악의 강력한 부활이었다.

교향곡 5번의 웅장함과 진지함은 1악장과 루터교 코랄 선율이 주제로 등장하는 4악장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당당하다. 베토벤 교향곡 못지않은 강렬한 에너지를 갖고 멘델스존 교향곡에 다가선 대전시향과 치우치지 않은 침착한 디아만티스의 지휘로 관객들은 멘델스존 교향곡에 내재된 진실함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 유대인의 후손이지만 누구보다도 독일 음악가로서의 정체성을 강력히 지녔던 멘델스존, 독일음악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진보적 변화를 모색한 멘델스존의 고백은 음악적, 종교적, 인종적으로 경계선에 서 있던 한 인간의 고뇌 그 자체를 상징한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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