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담배 피우셨으니 신분증 제시해 주세요”
“뭐? 당신이 뭔데 신분증을 달라 말라야….”
자칫 심각한 몸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실랑이가 빈번하게 벌어지는 곳은 대전 서구의 금연거리 일원.
금연지도원 A(54)씨는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 흡연하다 적발되는데 새파랗게 어린 친구들이 반말에 욕설을 할 땐 정말이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반면 흡연하다 딱 걸린 20대 남성은 “여기가 금연거리인 줄 몰랐다. 3만원이 적은 돈도 아닌데 담배 하나 피웠다고 너무 한 것 아니냐”며 항변했다.
대전 서구가 지역 내 금연문화 조성과 시민 건강을 위해 금연거리를 도입·운영 중이지만 정작 시민들은 금연거리 정책에 무관심하고 단속을 하는 지도원들은 때로 과태료 3만원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
지난 7월 서구는 대전지역에서 처음으로 시교육청네거리~크로바네거리 양편 보행로구간 600m, 한마루네거리~목련네거리 보행로구간 400m(아파트지역 보행로구간 제외)를 금연거리로 지정, 10월부터 흡연행위를 단속하고 있다. 금연구역지정등흡연피해방지조례에 따라 금연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과태료 3만원을 물어야 한다.
16일 서구에 따르면 10월1일 금연거리에서 흡연 단속을 시작한 뒤 이달 3일 현재까지 60여 일 동안 39건을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중 32건은 과태료 납부를 완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루 1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겨냥해 일각에선 금연거리를 지정해 놓고 단속기관이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단속을 맡은 구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구 관계자는 “7월1일자로 금연거리를 지정하고 9월까지 석 달 동안 계도기간을 뒀고 그 사이 수차례 거리홍보활동을 벌이며 전단지를 배부했다”며 “10월 들어 본격적으로 단속을 시작하고서도 시민들의 반발을 고려해 주의나 계도활동에 집중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단속에 적발된 이들 중엔 과태료 처분을 피하고자 도로를 무단 횡단해 도망을 가거나 50대 단속원에게 욕설을 하고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금연거리 지정은 단순히 과태료 수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건강한 삶을 목표로 도입한 만큼 행정기관의 단속 의지와 함께 금연에 대한 성숙한 시민의식과 동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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