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명예시민'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가 13일 탈당하면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충청권의 정계 개편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새정치연합은 야권 분열이 현실화됐다며 충격에 빠졌다. 새누리당을 상대로 '일여다야(一與多野)구도'가 되면 선거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는 공포감 때문이다.
▲다시 3자 구도로 총선 치르나= 충청은 여당 성향이 둘로 쪼개진 선거를 지난 13대 선거(1988년) 부터 치러왔다. 신민주공화당과 자민련, 국민중심당, 자유선진당 등의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 부침을 거듭하면서 줄곧 3자 구도를 유지해왔다.
양자 대결이 예상됐던 내년 4월 총선은 '안철수발(發) 신당'의 파괴력에 따라 '시계제로'의 안갯속 국면이 될 개연성도 적지 않다.
'안철수 신당'의 충청권 윤곽은 15일부터 시작되는 예비후보등록 때부터 드러날 전망이다.
기존 후보군 가운데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을 택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예비후보를 등록하는 인사들이 신당 합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충청권에선 2012년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대전지역 모임인 '대전 내일포럼'과 지난해 지방선거를 치르기 위해 안 전 대표가 만들었던 '새정치추진위원회' 소속 충청권 인사들의 움직임에 따라 세력화의 속도와 규모가 정해질 전망이다.
내일포럼은 안 전 대표와 행동을 같이하기로 전반적으로 뜻이 모아져 있는 만큼, 조만간 회동 등을 통해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새정치연합 현역 의원 가운데 안 전 대표와 뜻을 같이하겠다고 밝힌 국회의원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새정치추진위원회에 몸을 의탁했던 한현택 동구청장과 박용갑 중구청장의 행보가 신당의 충청 동력을 만드는 큰 힘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청장은 안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의 질의에 “당연히 했어야 했다”고 답했다.
그는 또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상황을) 봐야지”라며 고심하고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다만, 박 청장은 “탈당국면이 안타깝다”는 말로 즉답을 비켜갔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배재대 정연정 교수는 이날 방송 패널로 나와 안 전 대표에 대한 기대감을 일정 부분 보여줬다.
▲새누리, 새정치연합 '안풍(安風)'에 긴장=안 전 대표의 탈당 국면은 첫번째 실시되는 여론조사에 의해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안 전 대표는 야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라는 점에서 향후 1~2 간의 여론 추이가 신당의 명운을 가를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충청 자민련'과 같은 지역 정당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새정치연합의 공천에서 실패한 야권 인사들과 아웃사이더에 놓인 선진당과 자민련 출신들의 화학적 결합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는 대전시당과 충남도당을,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민당은 세종시당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라 안 전 대표의 신당 출현시 야권내 신당 간 충청권 경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새정치연합을 비롯한 야권의 균열 강도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감도 나온다.
충청권 여권도 마냥 손을 놓고 야권 개편을 지켜 볼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제 3당 출현이 야권의 표만을 잠식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향후 정국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내년 20대 총선을 겨냥한 야권 단일화를 위한 정치적 제스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서울=오주영·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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