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많이 좋아했으며, 술을 좋아하는 자신의 모습이 '노인'으로 잘 투영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술을 좋아했던 그는 배우이자 모델인 손녀(마고 헤밍웨이)를 자신이 좋아했던 와인 '샤토 마르고'에서 따서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가 20년 동안 쿠바에 살면서 집필한 그의 역작 '노인과 바다' 그리고 그가 즐겨 마신 커피 쿠바 크리스탈 마운틴. 커피밭에 쏟아지는 햇빛이 마치 수정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의 커피입니다.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의 조수인 소년 '마놀린(Manolin)'이 카페 '라테라자'에서 깡통에 담아 사온 커피, 그리고 위대한 사상가 샤르트르가 '20세기에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고 일컬었던 인물 체 게바라(아르헨티나 출신의 쿠바정치가이자 혁명가)가 사랑한 커피, 크리스탈 마운틴. 혹자는 '블루마운틴을 대적할 마지막 커피'라고도 합니다.
요즘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생텍쥐페리(Saint Exupery)의 '어린 왕자(The Little Prince)'가 실린다고 합니다.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넌 누구지? 참 예쁘구나…”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난 여우야.” 여우가 말했다. “이리 와서 나하고 놀자.” 어린 왕자가 말했다. 요즘이라면 “시간 있으면 커피한잔 할까?”로 바꿀 수도 있겠습니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를 통해 우리에서 가장 좋은 것은 가장 단순한 것이고, 진정한 재산은 남에게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부드러우면서도 진지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비행기 조종사이기도 했던 그는 어느 날 프랑스 남부 해안을 비행하다 홀연히 사라져 버립니다. 위대한 작가는 이처럼 신비해야 하는 걸까요? 어느 행성으로 날아갔을까요? 혹시 어린왕자가 사는 별(B-612)로 간 것은… 위대한 작품 몇 편만 남기고 사라져 버린 후 어느 날 문득 커피 향처럼 되살아나기. 어떤 작품이 오랜 향기로 기억된다는 것은 위대하면서도 어려운 일 같습니다. 그래서 문학과 예술에 커피가 맞닿아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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