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대전 중구 오류동 인근에서 이 모(78) 할아버지가 리어카에 박스를 담고 있다. |
리어카 손잡이는 얼음장처럼 차디찬 쇠였지만 이 할아버지는 목장갑 하나에 의지한 채 폐지를 줍기 위해 거리 곳곳을 돌아다녔다.
이 할아버지는 “자식이 있지만 막노동을 하고 있어 내가 조금이라도 돈을 벌어야 자식에게 짐이 안돼”라며 박스 하나하나를 손으로 펼쳐 리어카에 실었다. 그가 이틀 간 추위 속에서 싸우며 벌어들이는 돈은 고작 1만 원 남짓. 담배 한 갑과 소주 한 병을 사고 나면 주머니엔 남는 돈이 적다고 이 할아버지는 설명한다.
“겨울이 싫어. 그나마 날씨가 좋으면 따뜻하면 폐지를 더 모으겠지만 날이 추워지면 그만큼 돈도 못 벌어.” 이 할아버지는 한숨을 내쉬며 폐지를 찾아 발걸음을 재촉했다. 주택가 골목을 다녀야 폐지를 얻을 수 있다 보니 차량과 마주치는 상황도 빈번해 교통사고 위험이 뒤따랐다.
겨울이 반갑지 않은 이들이 있다. 바로 주택가 인근에서 폐지를 주워 생계를 꾸려나가는 노인들이다. 이에 대전시가 지난해 추진했던 '폐지수집노인 돌봄계획'이 다시 고개를 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는 지난해 '폐지수집노인 돌봄계획'을 마련했지만 민선 6기에 접어들면서 흐지부지 됐다.
이 계획은 폐지수집 노인들에 대한 사고예방과 나눔·섬김 문화 확산을 위한 교통안전대책과 상시적 보호대책, 나눔과 섬김의 복지대책, 사회적 관심과 붐 조성 등 4개 분야 15개 시책이 들어 있었다. 폐지 수집 노인들의 자활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협동조합 설립과 지원 조례 제정까지 될 뻔 했었다. 그러나 조직개편이 이뤄지면서 공중 분해된 상태다.
지난해까진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야광조끼를 배부했지만 올해는 이러한 움직임이 전무하다. 폐지 줍는 노인들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심해져 어두컴컴한 새벽부터 생계를 위해 나서는 이들이 많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엔 급한 대로 야광조끼를 배부했지만 급한 불을 끄기보다는 복지 부분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자원재활용 촉진에 비춰 폐지수집 대가를 늘리는 방안이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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