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사업과 같은 전국단위 사업은 중앙정부에서 책임지는게 맞다.”
2013년 1월31일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후 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만 5세까지 국가 무상보육 및 무상유아보육'을 약속했다. '확실한 국가책임 보육'과 관련한 공약 내용이다. 이는 대통령 공약집에도 담겼다.
충남도의회 교육위원회가 결국 도교육청 예산 350억여 원을 깎으면서 대통령 공약인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자 후폭풍이 일고 있다.
앞서 국회는 전국 누리과정 지원에 필요한 예산 2조1000억원 중 3000억원만 우회 지원하는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나머지 1조8000억원은 각 시·도교육청 예산에서 짜내라는 뜻이다.
충남교육청은 1070억원의 누리과정 예산이 필요한데, 정부 예산은 150억원 정도만 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꼭 누리과정 예산이라고 못박지 않고 교부금 형태다.
결국 정부가 책임지겠다며 선심 쓰듯 약속한 무상보육을 별다른 대안없이 도교육청에 나머지 920억원을 떠넘긴 꼴이다.
그러나 도교육청으로선 누리과정 예산 편성이 쉽지 않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의회 교육위는 누리과정 예산을 위해 도교육청이 세운 내년 예산 가운데 7일 밤늦게까지 계수조정을 통해 350억여원을 삭감했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누리과정 예산으로 535억원을 편성했다. 편성권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삭감한 예산은 도내 유·초·중·고 학생들이 받아야 할 혜택에서 1인당 38만원씩을 토해내야 하는 금액이다.
이런 가운데 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충남교육청의 현재 부채율은 32%, 올해는 가까스로 넘긴다 해도 앞으로 충남교육청은 매년 1000억원 이상씩 학생들에게 돌아갈 예산을 빼내 행정적 권한도 없이 정부가 약속한 3~5세 아이들에게 써야 한다.
사정이 이쯤 되다 보니 전북에서는 도의회조차 누리과정 예산을 떠넘긴 정부와 여·야당에 항의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은 “(정부가)우리 아이들 위한 누리과정 예산은 끝까지 외면했다”고 한탄했고, 같은 당 전병헌 최고위원은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아 보육대란을 정부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며 “보육대란이 일어난다면 순전히 정부·여당의 책임임을 분명히 한다”고 꼬집었다.
전교조 충남·세종지부는 “도교육청의 예산을 빼서 매년 1000억원 이상씩 무상보육에 사용하면 결국 도내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만큼 정부 예산으로 무상보육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충남교육청은 도의회 교육위원회가 7일 밤늦게 2016년 도교육청 교육비 특별회계 예산을 삭감해 누리과정 예산으로 편성한 것과 관련, “도내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지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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