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름 물으니… 정보공개 청구하라?

대전경찰 업무미숙 빈축, 교통단속시 관등성명 규정 안지켜

대전에서 회사를 다니는 A씨(25·여)는 최근 퇴근길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불법 유턴으로 단속을 당해 해당 경찰관의 이름을 물었더니 “정보공개 청구하라”는 답변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달 밤 11시께 대전의 한 도로에서 불법 유턴을 했고 이를 목격한 경찰에 적발돼 범칙금 통고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A씨의 차를 신호정지선에 서게 한 다음 불법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이에 시인했고 경찰이 요구한 운전면허증 제시와 음주측정에 응했다.

고지서를 발부받은 A씨는 경찰의 이름을 물었고, 경찰은 “궁금하면 서면으로 정보공개 청구하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교통단속처리 지침에는 '경례 후 관등성명과 인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무 지침에 명시된 기본적인 업무지침을 지키지 않는 경찰의 미숙한 업무 태도가 잇달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경찰이 교통법규 위반자를 단속할 때는 명백한 위반사실 확인 후 안전한 장소로 유도하고 경례 후 관등성명을 밝혀야 한다는 게 지침에 명시돼 있지만, 이것을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정보공개청구'를 하라고 한 것.

최근 이처럼 절차를 지키지 않은 대전경찰의 업무와 관련된 법원의 판결도 나오면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지난 3월 아파트 앞 화분을 들이받아 지구대로 연행돼 조사를 받은 정모(52)씨는 조사 중 경찰의 음주측정을 3차례 거부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이에 법원은 정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는데 경찰관이 정씨를 연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상 경찰관의 동행에 앞서 동행을 거부하거나 조사 중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교통단속처리지침의 경우 지키지 않았어도 징계할 수 있는 사안은 없다”며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관등성명을 안 한 건 업무미숙으로 판단해 내부적으로 교육을 실시 하겠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