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억원 규모의 항공관제시스템 국산화 연구개발사업이 국토교통부 전·현직 공무원의 유착관계로 벌어진 대표적 '관피아'비리 사건으로 밝혀졌다.
국토부 담당공무원이 퇴직한 과장의 청탁을 받고 비협조적인 심사위원을 교체하면서까지 부적합한 대학을 성능적합 검사기관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특히 '시스템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인증전문기관의 의견을 무시하고 납품한 항공관제시스템에 대해 성능적합 판정한 사실도 드러났다.
대전지검 특별수사부(부장검사 이준엽)는 3개월간 감사원이 수사의뢰한 항공관제시스템 개발사업 등 국토부 발주 항행안전시설 관련 연구개발사업 비리사건 수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검찰은 뇌물수수와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국토부 사무관 강모(45)씨와 공동연구기관 용역업체 대표 강모(46)씨를 구속 기소했다. 또 뇌물공여와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국토부 전 서기관 박모(49)씨와 국토부 전 사무관을 지낸 대학교수 문모(45)씨, 연구 주책임자인 대학교수 박모(63)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항공관제시스템 연구개발을 담당한 국토부 사무관 강씨는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국토부 퇴직공무원 2명으로부터 항공관제시스템의 성능적합증명 검사기관 지정과 연구개발사업 관련 편의제공 대가로 2400만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용역업체 대표 강씨는 항공관제시스템 등 국토부 항행시설과 발주 연구개발사업 관련 거래업체와 짜고 장비구입을 가장해 연구비 지급 후 차명계좌로 돌려받는 수법으로 연구비 총 9억 7000만원을 횡령하고, 연구비 47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토부 전 서기관을 지낸 박씨는 부하직원이던 강씨에게 부정 청탁하고 1400만원을 공여한 혐의다. 국토부 전 사무관인 문씨는 국토부 발주 연구개발사업 편의제공 대가로 100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토부는 항공관제시스템의 국산화를 위해 2007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사업비 335억원을 투입, 연구개발 사업에 착수했으며, 대학 등 11개 기관이 참여했다. 개발된 항공관제시스템의 상품화는 연구개발에 참여한 민간업체 4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술지원을 추진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항행안전시설 국가연구개발 사업의 경우 개발 절차와 안전성 검사, 성능적합 판정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 제시와 철저한 관리, 감독의 필요성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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