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대전시티즌이 K리그 클래식 승격 1년 만에 다시 챌린지(2부리그)로 강등됐다.
대전시티즌은 지난 28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 광주 FC전에서 1-2로 패하며 올 시즌을 마감했다. 이로써 대전은 올 시즌 4승7무27패(승점 19점)로 리그 꼴찌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대전은 2013년 챌린지로 강등된 후 2014년 챌린지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클래식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올해 챌린지로 다시 강등이 결정되면서 '1.5부 리그 팀', '롤러코스터 행보' 등의 오명을 얻게 됐다.
대전은 시즌 초반부터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부상자까지 속출하며 제대로 된 전력 꾸리기도 버거웠다. 25라운드까지 대전이 거둔 승수는 단 1승이었다. 성적 부진으로 사임한 조진호 감독 체제에서 11전 1승 2무 8패를 기록했던 대전은 최문식 감독 부임 이후에도 22전 1승 5무 16패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스플릿 경기에서 2연승을 거두며 강등 탈출의 불씨를 살렸지만, 초반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강등됐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시즌 초반부터 잡음이 발생하면서 평탄치 않은 길을 예고했다.
지난 겨울 시즌 마무리 후 선수를 재정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김세환 전 사장이 정치적인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사이 선수단은 선수 부족으로 연습경기를 하지 못하는 등 동계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클래식 승격에 따른 전력보강 역시 결재라인의 부재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전은 다른 선수 영입은 제쳐놓고 '주포' 아드리아노의 재계약에만 목을 맸다. 결과적으로 아드리아누 잡기에 성공했지만 이미 선수단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뒤였다.
대전은 신임 전득배 사장이 부임했지만, 선수선발위원회 해체와 사무국장제 부활 등을 추진하며 내부 갈등이 심화되면서 구단 성적은 더욱 곤두박질 쳤다.
결국 대전은 시즌 초반 성적부진을 이유로 조진호 감독을 퇴진시키고, 최문식 감독 체제로 팀 재정비에 나섰다.
최 감독은 7월 선수 영입 시장에서 12명의 선수를 교체하면서 분위기 쇄신을 노렸다. 하지만, 갑자기 바뀐 선수단이 호흡을 맞추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선수단이 정상궤도를 찾았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강등 확정 이후 사장 교체설과 감독 경질설 등 부정적인 소문들이 난무하고 있고 누군가 강등에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론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무책임한 책임론보다는 팀을 재정비하고,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많은 K리그 관계자들은 대전시티즌이 발전하려면 '지속성'과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해 대전은 단순히 승격을 위한 운영에 급급했다. 임대선수들과 외국인선수에 대한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결국, 승격이후 10여 명의 주전급 선수들이 바뀌면서 제대로 된 조직력 조차 완성하지 못했다. 장기적인 비전과 플랜을 세워 구단을 운영해야 한다. 여기에 전문성도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수장이 자주 바뀌면 실행되기가 어렵다. 그나마도 비전문가가 대부분이어서 구단 운영에 적응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또한, 선수 선발 등 투명성 있는 구단 운영도 필요하다.
임용혁 대전축구협회장은 “대전시티즌은 정치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면서 “계속적으로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성있고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득배 대전시티즌 대표이사는 “이번 시즌의 결과는 내 책임이 분명하다”면서도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보다는 대전시티즌을 위해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우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창민 기자 wanshida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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