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이글스 김성근(73)감독이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예고했다. 24일 늦은 오후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 육상장에서 김 감독을 만났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러닝 모습을 지켜보며 눈을 떼지 않았다. 얼굴에는 여러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다.
김 감독은 이번 마무리캠프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기자 질문에 조용히 말을 꺼냈다. 그는 “선수들 개개인이 자기 스스로 안 쫓아다닌다. 생각했던 만큼 창의력이 없다. 내가 살 길을 찾아야 하는데 전체적으로 그런 의식이 부족하다”면서 “시즌 끝나면 무엇이 부족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하는데 그냥 시간만 흘려보낸다. 오키나와(마무리캠프)에 왜 왔는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감독은 “연습하러 왔는데 힘들다고 한다. 내년에는 내가 다시 나서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올 시즌 마무리캠프에서 지난해와 달리 훈련시간을 줄이고, 휴식일도 보장해 줬다. 또한, 선수들과 코치들이 스스로 훈련할 수 있게 맡겨두고, 김 감독은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선수들의 모습에 실망하며 다시 전면에 나설 마음을 굳혔다.
그는 “캠프 처음에 30분 정도 자기 시간을 줬다. 스스로 자신이 모자란 부분을 찾아 훈련해야 하는데 스트레칭 등 하나같이 똑같은 것만 하더라”라며 “러닝도 마찬가지다. 폼을 바꾸려는 선수가 없다. 뛰면서 어떤 폼으로 해야 도움될 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뛰라니까 뛰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 감독은 이번 캠프에서 선수들에게 테니스를 가르치기도 하고, 일본 대표 언더핸드 투수 와타나베 슌스케 선수를 초빙해 노하우를 배우기도 했다. 또한 '프리미어12' 한국과 일본의 경기를 단체로 관람하는 등 선수 지도방법을 다양하게 시도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른다. 잘하는 사람은 남의 것을 보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사람인데 여기 있는 선수들은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대표적으로 선수 훈련을 많이 시키는 감독이다. 하지만, 시즌 중 경기 전후 선수들을 훈련한다고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김 감독은 마무리캠프에서 선수들을 특별히 지도하지 않았다. 몸이 아프다는 선수들도 데려오지 않거나 바로 귀국시켰다.
그는 “시즌 중 억지로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 선수들에게 맡겨봤는데 안되더라”면서 “창의력이 모자라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데 모르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남의 이야기를 우습게 듣는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연습을 많이 한다고 좋은 게 아니다. 좋은 습관을 만들어 가는 게 연습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나쁜 습관은 고칠 수가 없다”면서 “프로라면 무엇이 좋고, 나쁜지는 보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면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운동선수는 눈으로 보면 즉시 행동해야 한다. 눈으로 보고 생각하면 늦는다. 몸으로 익혀야 한다. 이론적으로 알아도 몸이 안 되면 안 된다”며 “지금 선수들이 하는 것을 보면 그냥 맡겨 놓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미국과 한국의 선수층이 다르다며 자율 훈련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이야기했다. 그는 “미국은 선수 공급이 잘되기 때문에 자율 훈련이 가능하다. 서로 살아남으려고 악착같이 훈련한다. 하지만, 한국은 선수 자원이 부족하다. 이 차이를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팀에 필요한 부분이나 자신의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보완하기를 바랐다. 그는 “한화에 제일 필요한 점이 무엇인가? 발이 빠른 선수다. 스피드 하나만 있어도 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타격이 부족해도 송주호를 올 시즌 내내 썼다”면서 “사람들이 의구심을 보였지만 쓸 수 밖에 없었다. 송주호 외에도 발 빠른 선수들이 있었는데 그 선수들이 어떤 의식을 갖고 야구를 했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투수를 보면 포크볼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많지 않다. 슬라이더는 던지는 선수가 많다. 그런 것을 의식해야 하는데 그걸 못한다”면서 “옛날 쌍방울 감독 시절 최정환이라는 투수가 있었는데 너크볼을 던질 줄 알아내야 땅볼을 잘 유도했다. 완투는 못해도 그 공 하나로 투수 엔트리에 들어 먹고살았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장훈 선배도 오른손 손가락이 하나 없지만(5살 때 화상을 입고 네째 손가락과 새끼 손가락이 붙어버렸다) 몇 천개씩 타격 훈련을 해 오른손을 더욱 강하게 단련시켰다”면서 “마이너스를 찾아 플러스로 변화시키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다. 선수라면 자신의 특색있는 부분을 찾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오키나와=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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