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목이 예정된 대전 중구 유등천 천변에서 한 시민이 버드나무 옆을 지나고 있다. |
대전시민들의 휴식처인 유등천 일원에 버드나무가 하천 흐름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상당수 베어질 계획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버드나무 유래 지명과 하천 고유풍경을 크게 해쳐 원칙없는 벌목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대전시 하천관리사업소는 하천물이 흐르는 호안에 버드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성장해 토사가 쌓이고 쓰레기가 걸려 유등천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보고 다음 달 말까지 유등천 일원에 자연 발생한 버드나무 1736 그루를 솎아베기 방식으로 벌목할 예정이다. 일부 버드나무는 높이 8m 이상 굵고 큰 나무로 성장해 강한 바람이나 비에 쓰러질 위험성이 있다는 것도 벌목의 한 이유다.
유등천은 장마철에 물이 크게 불어나 평상시 잔디밭인 천변까지 잠기곤 한다. 이때문에 하천관리사업소는 서구 탄방동 삼천교에서 중구 안영동 뿌리공원까지 유등천 8㎞ 구간의 버드나무를 벌목한다는 방침이다.
사업소 관계자는 “여름에 물이 불어 많아질 때 뿌리뽑혀 교각에 걸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고, 지금도 버드나무 뿌리에 흙이 쌓이고 하천을 막는 일이 있다”면서 “범람 등의 재해를 예방하고 야간 불안감을 해소하는 차원이며 버드나무 모두를 베어내는 것은 아니고 생장이 빨라 풍경도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버드나무(柳)가 많아 유등천이나 유천동으로 하천과 지역 명칭이 붙여질 만큼 특색인 버드나무를 베어내는 데에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유등천과 유천동은 모두 버드나무가 많이 자라는 지역이라는 뜻에서 이름 지어져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다.
또 대전 3대 하천에는 2011년 4대강 사업으로 느티나무 등 조경수가 3895주가 천변에 식재됐고, 유등천에도 조경수가 있어도 굳이 자연성장 버드나무만 벌목하기로 해 논란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자연적으로 생장한 버드나무는 베어내고 바로 옆 조경수는 손대지 않겠다니 이해되지 않는다”며 “하천에 흐름을 보장할 다양한 수단 중에서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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