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질환 입원환자에게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치료효과를 높이는 국립공주병원에 환자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
지난 13일 찾은 국립공주병원의 입원 환자들은 야외활동을 마무리하고 병실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창문에 쇠창살이 없는 병실은 한결 밝은 분위기였고,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TV를 주제로 삼삼오오 대화하는 환자들도 있었다. 환자복과 의료인력만 아니라면 이곳이 정신병원이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안정된 분위기였고, 기자에게 먼저 호의를 보여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대전·충청지역의 정신건강 거점 국립의료기관인 국립공주병원은 정신분열병과 양극성장애, 우울증 등 정신질환자 220여 명이 입원했고, 하루 40여명의 외래 정신질환자가 찾는 곳이다.
'자유가 치료'라는 원칙처럼 입원환자들에게 자유로운 치료환경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입원환자들은 오전과 오후 약 5시간 가량 건물 밖에서 산책하거나 인조잔디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보낼 수 있다.
병원 밖 '치유의 숲'이라는 산책길이 있어 야외활동 시간에 입원환자들이 환자복을 입고 철조망 넘어까지 산책할 수 있다.
특히, 병원 안에 설치된 데이케어센터는 퇴원을 앞둔 입원환자나 외래환자들이 합창과 농작물 경작, 동물 보조치유 등을 통해 병원 밖 일상생활을 경험하면서 정신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국립공주병원 이행철 사무과장은 “환자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인권보장과 치료효과 모두 만족시키는 결과를 얻고 있다”며 “데이케어센터를 통해 정신질환자가 병동에 격리될 대상이 아닌 사회와 가정이 함께 보호하고 동행할 이웃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국립공주병원에는 환자들이 직접 그리거나 쓴 그림과 글귀가 장식돼 있었고, 환자들이 체험하는 카페와 매점, 비누공방이 있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를 향한 국립공주병원의 자유로운 치료환경은 아직 드문 사례로 남아 있다.
지역의 상당수 정신의료기관은 여전히 폐쇄병동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환자 평균 입원기간이 길어 대전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중 입원기간이 10년 이상 환자(28.7%)가 입원 6개월 미만 환자(28.2%)보다 많은 실정이다.
또 비자의 입원환자는 6개월마다 지자체 정신보건심의위원회가 심사를 통해 계속입원 또는 퇴원을 결정하고 있으나, 환자 퇴원결정률은 5% 미만으로 알려질 뿐 구체적 통계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쟁 과열과 과중한 스트레스 등으로 정신질환 환자가 급증해 누구나 정신질환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지역정신보건센터나 사회복지시설에서 편견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대전·충남 인권연대 이상재 사무국장은 “정신질환자으로 의심되면 사회 내에서 치료방법을 찾기보다 너무 쉽게 사회와 격리해 강제 입원하는 관행과 이를 허용하는 제도가 문제”라며 “정신질환이 의심되더라도 끝까지 인권을 보장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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