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태평동에 위치한 기업형 슈퍼마켓의 모습./이성희 기자 |
서구 월평동에서 10여 년째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55)씨는 계속되는 운영난에 폐업을 고민 중에 있다.
인근에 SSM(기업형 슈퍼마켓)이 문을 연 뒤로 20~30%의 매출감소가 이어졌고, 결국 문을 닫을 상황까지 이르렀기 때문.
정 씨는 “그동안 동네슈퍼를 운영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30㎡(10평) 남짓한 구멍가게를 하며 근근이 먹고사는 처지”라며 “요즘은 동네 골목골목마다 변종 SSM들이 진출하면서 버틸 수가 없어 체념상태”라고 털어놨다. 대기업들이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소형 유통매장을 통해 골목 구석구석 유통시장을 잠식하면서 동네슈퍼들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4일 소상공인 등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변종 SSM 등의 연쇄 출현과 함께 대기업이 운영 중인 편의점이 매년 세 확장에 나서면서 골목상권을 잠식하고 있다.
실제 올해 대전지역 SSM은 서구 17곳, 유성 17곳 등 모두 45곳이 영업중에 있다. 이는 지난해 39곳이었던 것과 비교해 무려 6곳이 늘어난 수치다.
올해 대전지역에 문을 연 6곳은 변종 SSM 형태로 편의점상품과 더불어 신선식품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규모는 매장면적 50~100평(165~330㎡)으로 일반 슈퍼마켓과 편의점보다는 크고 대형마트보다는 작은 곳이다.
문제는 이 같은 대기업 체인 슈퍼들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형마트, SSM 못지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주거지 중심의 근린상권에 입지해 고객 접근성이 높고 기존 대형마트의 유통망을 이용해 농수산물 등 신선식품 소포장은 물론 가공식품·위생용품 등을 취급해 골목 상권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실제 대전지역 나들가게는 지난해 240곳에서 올해 221곳으로 감소하는 등 경영악화에 따른 폐업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점포 환경이나 마케팅 면에서 경쟁력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동네슈퍼 등이 프랜차이즈 편의점으로 전환하거나 아예 업종을 바꾸는가 하면 폐업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에 김원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유통혁신실 팀장은 “나들가게라는 정부 지원사업이 있는 만큼 혼자 독립적인 동네슈퍼를 운영할 것이 아니라 이 시책을 활용해 조직화 한다면 운영과 매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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