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근 감독 = 한화이글스 제공 |
① 성적: 만년 꼴찌 한화… 절반의 성공
② 투수: 구멍난 선발진, 불펜 과부하
③ 타자: 리그 최고 테이블세터, 하위타선은 글쎄
④ 외국인선수: 외국인 타자는 실패, 투수진 강렬하지 못했다
⑤ FA선수: 의외의 수확 김경언, 권혁의 불꽃 투혼
⑥ 신인선수: 강경학의 재발견, 김민우·김범수·김용주 가능성 보여
⑦ 감독: ‘일구이무’야구, 성적 올렸지만 미래 우려 남겼다
⑧ 트레이드: 투수 유망주 손실… 가능성 많은 외야수 얻었다
⑨ 베스트3 & 워스트3: 삼성3연전 스윕 승, LG전 뼈아픈 역전패
⑩ 내년 시즌 전망: 진정한 승부는 2016시즌, 군제대 선수에 기대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김성근 감독을 중심으로 매 경기 ‘불꽃 투혼’을 발휘하며 6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전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끈질긴 승부를 펼친 끝에 얻어낸 값진 순위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화는 얇은 선수층 탓에 주전 선수 대부분이 체력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선수 부상의 우려를 제기했다. 또한, 순위에 집착한 나머지 리빌딩에 미흡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
2014년 10월13일 한화 이글스의 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한화는 삼성에 1-22로 대패하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성난 팬들은 ‘야신’ 김성근 감독 영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한화 그룹 본사에서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인터넷에서는 김 감독 영입을 위한 청원 글이 잇따랐다. 결국, 구단은 팬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전격적으로 김 감독을 영입했다.
김 감독은 자신이 맡은 팀을 첫해 모두 포스트 시즌 진출을 시킨 감독으로 유명하다. LG, 쌍방울, SK 당시 모두 그랬었다. 하지만, 올 시즌 유일하게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올시즌 마지막까지 포스트 시즌이 가능한 5위 싸움을 펼쳤지만 68승 76패 6위로 마감했다.
3년 만에 프로야구판에 복귀한 김 감독은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독특한 김 감독의 야구 철학과 꼴찌 팀의 환골탈태를 바라는 대중의 시선이 합쳐진 결과다. 지난해 한화 마무리캠프에는 이례적으로 수많은 기자가 방문해 열띤 취재를 벌였다. 스프링캠프 때는 땀과 흙으로 범벅된 한화 선수들의 사진이 연일 인터넷을 도배했다. ‘한화’와 ‘김성근’이라는 검색어는 매일 포털사이트 상위권을 차지했다.
시즌 초반 김성근 감독의 한화는 성공적인 모습이었다. 초반 3위까지 올라서는 등 전반기를 5위로 마쳤다. ‘역시 김성근’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한화는 승부사 김성근 감독의 지휘 아래 매 경기 ‘불꽃투혼’을 발휘하며 수많은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끈질긴 모습으로 접전을 펼치면서 팬들을 야구장, TV로 불러모았다. 기존 야구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김 감독 야구는 KBO 리그에 재미를 더했다. 여기에 꼴찌팀의 달라진 모습에 팬들은 열성적으로 성원을 보냈다.
하지만, 한화는 후반기 무너지기 시작했다. 외국인 선수들과 FA로 영입한 배영수, 송은범의 부진이 뼈아팠다. 김 감독은 팀이 약해질수록 더욱더 자신의 야구를 펼쳤다. 얇은 선수층 탓에 권혁, 박정진, 송창식 등의 투구 수가 늘어났고 결국 체력에 한계를 드러내며 아쉬움을 남겼다. 팀 성적이 추락하자 김 감독의 야구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권혁이 마운드에 올라와 실점할 때마다 ‘혹사’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여기에 박정진, 윤규진도 부상으로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팀도 여러 가지 구설수에 시달렸다. ‘청주구장 CCTV’논란이 대표적이다. 모두 김 감독에게 화살이 돌아갔다. 결국, 김 감독도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한동안 언론 인터뷰를 거절하는 등 입을 닫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여러 가지 추측들이 불거졌다. 당시 김 감독은 “내가 하는 말이 잘못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소통이 되질 않는 것 같다”며 자신의 말이 잘못 해석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마음을 다잡고 팀을 이끌었다. 5위 경쟁팀이 동반 부진하며, 마지막 경기까지 팀이 5위 싸움을 펼치면서 김 감독에 대한 논란들이 수그러들었다. 한화는 6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했고, 팬들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한화의 ‘가을야구’ 진출 실패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들이 쏟아졌다. 달라진 프로야구에 대해 적응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성적을 쫓은 무리한 경기 운영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 감독이 키워내 쓸 수 있는 자원이 부족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전에도 김 감독의 야구는 늘 한결같았다. 정신력과 팀을 강조하며 감독 중심의 야구를 고집해왔다.
쌍방울과 태평양, LG 감독 시절 일정부분 성과를 보였다. 이후 SK 감독을 맡으면서 김 감독 야구의 꽃을 피웠다.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야구에 대한 더욱 큰 확신을 갖게 됐다. 하지만, 강하면 부러지기 쉬운 법이다. 3년 만에 현장에 복귀한 김 감독은 달라진 한국프로야구를 직접 몸으로 체감했다. 타격 부분에서 큰 성장을 이뤄내며 타고투저 시대를 몸소 느꼈다.
또한, 늘어난 경기 수로 인한 체력 관리에도 실패했다. 팀 구성원에 대한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주전 선수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일정부분 자기만의 야구를 정립한 선수에게 강도 높은 훈련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다. 부상이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년시즌 더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김 감독도 달라진 프로야구 환경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소통’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한 ‘김성근 야구’를 보여줘야 한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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