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FA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배영수(34)는 올 시즌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올 시즌 4승11패 평균자책점 7.04를 기록하며 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 '푸른 피의 에이스'로 불리며 KBO리그를 호령하던 배영수를 기억하던 야구팬들에게는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배영수는 올 시즌 부진을 정신적인 부분에서 찾았다. 그는 “누구를 탓하기보다는 정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제 스스로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올 시즌 구위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나름대로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다. 다른 시즌에 비해 이것저것 개인적으로 복잡했던 시즌이었다”고 올 시즌을 돌아봤다. 이어 그는 “한마디로 조금 위축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선발로 나오면서 한두 번 이기면서 분위기를 탔어야 했는데(그러지 못했다.) 꼭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단순하게 생각했으면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았다”면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배영수는 “야구를 하면서 올해처럼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고민을 많이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 “2009년(1승 12패)에는 몸이 좋지 않았다. 지금은 몸이 안 좋은 것도 아닌데 야구가 잘 풀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올 시즌 배운 것도 있고, 느낀 것도 많다. '아,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구나'라는 것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배영수는 “이제 20대 초반도 아니고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며 “다승왕도 해봤고, 내년에 잘하면 또 다승왕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성적이 좋아지면 팬들도 배영수가 돌와왔구나라고 생각해 줄 것이다. 하지만 성적이 좋지 않으면 진짜 안좋네라고 생각할 것이다. 다 제가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야구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 첫 번째는 나를 위해, 두 번째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해야 팀이 좋아진다”면서 “예전에는 사람들이 욕을 하면 속상했는데 지금은 다 애정이 있어 질책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멘탈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배영수는 올 시즌 조기 교체된 경우가 많았다. 일부 팬들은 배영수가 초반 점수를 내주더라도 이닝을 길게 끌고 가는 유형이라며 조기 교체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배영수는 “그 부분은 제가 아쉬워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면서 “그것은 전적으로 대장(감독)이 결정하는 것이다. 제가 잘했다면 그런 말도 없었을 것”이라도 강조했다.
배영수는 현재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재활조와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와 함께 올 시즌 자신이 등판한 경기를 틈틈이 찾아보고 있다. 그는 “올 시즌 경기를 보면서 부족한 점을 찾고 있다. 갑자기 무너진 적이 많더라”라며 “정말 보기 싫은 경기도 많지만, 그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배영수는 팔꿈치 수술을 앞두고 있다. 재활까지 3개월 정도 소요돼 내년 시즌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영수가 올 시즌 부진을 떨치고 내년 시즌 비상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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