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자회동에서 여야는 민생과 경제 살리기가 중요하다는데는 이론의 여지 없이 의견일치를 봤다. 하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끼어들면서 민생과 경제 문제 해결의 발목을 잡았다.
청와대 회동 이후, 여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뒤로하고 국회는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국정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결국 국정화 논란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여야가 민생과 경제 문제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군다나 국정화 문제를 놓고 정국이 얼어붙으면서 민생 현안에 대한 협상조차도 덩달아 어렵게 됐다.
당장 5자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간곡히 요청했다는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과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 그리고 한중FTA 비준 동의안 등의 처리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노동개혁 관련 법안의 경우, 청와대와 여당은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며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법안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과 관련해서도 청와대와 여당은 이들 법안이 민생·경제 문제 해결과 직결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야당은 민생과 무관한 대기업 특혜 법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중FTA 비준안도 마찬가지로 여권은 발효가 늦어지면 하루 약 40억원의 기대 수출액이 사라지는 만큼 11월 중 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야당은 불법 어선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7일 국회를 찾아 내년 예산안 시정 연설의 내용에 따라 예산 정국의 험로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다시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된 메시지를 재차 강조할 경우, 야당이 가만있지 않을 태세다.
특히, 국정화 논란과 한국형 전투기(KF-X) 책임론이 불거지는 교육부와 국방부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박 대통령의 시정 연설 다음날인 28일부터 활동을 개시한다. 내달 9일부터는 소위원회가 가동되고, 30일까지 예결위 전체회의를 통과시킨 뒤 법정 처리 시한인 오는 12월 2일 본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국회 각 상임위는 늦어도 소위가 시작되는 다음달 9일까지는 예비심사를 마쳐야 한다. 특히,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가 호흡을 같이하면서 국정교과서 문제에 강경하게 대처하고 있어 야당과 정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새정치연합측은 “국정교과서 문제는 야당 지지층들이 워낙 민감하게 보고 있어, 야당은 이를 핵심 이슈로 삼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여당의 양보가 없는 한 민생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오주영 기자 ojy835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