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 입장차로 선거구획정을 맡은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가 국회 제출시한인 지난 10월 13일까지 획정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두 손'을 든 마당에 역사전쟁까지 들이 닥치면서 획정안 마련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선거의 룰이 정해지 않은 상태에서 분구와 합구가 예상되는 지역에선 어디로 출마를 해야 하는지도 결정을 하지 못하는 일이 빚어 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대로라면 분구가 유력시 되는 유성, 천안, 아산 선거구에서도 선거구 획정안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이 지역을 넘보는 정치 신인들이 본격전인 총선 행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공주와 부여 청양, 보은 옥천 영동 등 인구 하한선에 미달되는 선거구와 그 인접 지역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인위적인 인구 상한선(27만9000여명)에 근접하는 통폐합 선거구를 만들겠다는 시뮬레이션 루머가 돌면서 '충청 농촌당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예상대로 공주와 부여 청양이 합구되는 경우, 혼란은 최소화 될 것으로 보이지만, 보령-서천, 당진, 홍성-예산 등 기존에 있던 단독 선거구를 게리멘더링에 가깝게 붙이거나 떼는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게 되면 대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역 의원들의 반발에 못지 않게 이 같은 루머들은 정치 신인들의 발을 묶는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 시점에 터진 국정 교과서를 둘러싼 '역사전쟁'은 정치 신인들의 속을 까맣게 타들어가게 하고 있다.
선거구획정이 늦어질수록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하다는 생각에서다.
현역 의원은 의정보고 등을 통해 사실상 무제한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으나, 정치 신인은 현행 공직선거법상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선거일 120일 전(12월 15일)에는 어떠한 선거운동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거구가 예비후보 등록일까지도 확정되지 않는다면 정치 신인은 큰 혼란 속에 선거운동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는 상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현역 의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게임 여건을 제공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서울=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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