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기 암 환자들의 호스피스 서비스 이용률은 13.8%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암 사망자 7만6611명 중 호스피스 이용 환자 1만559명을 나눈 값이다.
호스피스 서비스는 말기 암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더 이상 의학적 치료가 필요없어질 경우 환자 여생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말한다.
국내 호스피스 이용률은 2010년(10.6%), 2011년·2012년(11.9%), 2013년(12.7%) 등 매년 늘고 있지만, 영국(95%), 미국(43%), 대만(30%) 등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국립암센터가 지난해 실시한 호스피스 서비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8.5%가 호스피스 서비스 이용의사가 있었다. 호스피스의 삶의 질 향상 효과에 대한 물음엔 71.7%가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호스피스 서비스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이지만, 이용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역의 경우 부족한 호스피스 병상을 주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운영 병상이 부족해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 대전지역에서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는 병원은 충남대병원과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대전보훈병원 3곳뿐이다. 대전성모병원 16개 병상, 충남대병원 13개 병상, 보훈병원 19병상 등 대전에서 48개 병상이 가동되고 있다. 충남은 더욱 열악하다. 홍성의료원이 10개의 호스피스 병상을 충남에서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충북에선 충북대병원(10개 병상), 청주의료원(9개 병상) 2곳이 전부다.
매년 1000명이 넘는 암 환자들이 호스피스 병동에서 도움을 받고 있지만, 지금의 호스피스 병상으로는 수요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때문에 일단 등록해놓고 입원 차례를 기다리는 대기환자가 대다수다. 호스피스 서비스가 말기 암 환자 대상인 만큼, 순서를 기다리다 임종을 맞는 환자도 더러 있다.
지역 병원들은 호스피스 서비스로 큰 수익을 얻기 어렵다는 이유로 호스피스 병동 운영을 꺼리고 있다.
지역 A대학병원 관계자는 “말기 암 환자의 인생 마감을 도와주는 호스피스 서비스의 중요성은 알고 있다”면서도 “다른 사업들을 우선 진행하다보니 선뜻 운영에 나서긴 어렵고, 솔직히 경제적인 측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암 환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평안한 삶의 마무리를 원하는 웰다잉(Well-Dying)족이 증가함에 따라 호스피스 병동은 필수라는 의견이다.
강은미 대전성모병원 전인치료센터 파트장은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고 싶어하는 암 환자들이 늘고 있는 반면에 이를 수용할 병상은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암 환자들의 '호스피스 병동은 죽으러 가는 곳'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병원에선 암 환자들이 아름답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호스피스 병동 운영의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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