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는 지난 11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지구상에 오후 4시면 문 닫는 은행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을 안 하는 사람이 많으니 우리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며 “노조 힘이 너무 강해 금융개혁이 역동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의 발언은 수준 낮은 우리나라 금융성숙도에 기인한 것이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 평가에서 우리나라 금융 분야의 성숙도는 전체 144국 중 80위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 우간다가 81위인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나(52위)ㆍ보츠와나(53위)ㆍ콜롬비아(63위)보다 낮았다. 한국의 세계 경제규모는 15위권이지만 금융 성숙도는 경제규모 100위권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은행권은 최 부총리의 발언에 눈치를 보며 슬며시 움직이는 모양새다.
KEB하나은행의 모회사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은 지난 13일 “변형근로시간제를 도입하고 확대하자는 얘기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모든 지점의 영업시간을 다 조정할 필요는 없지만 공단, 상가지역 등 필요한 지역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공식적인 의견을 표했다. KB국민은행 등도 이와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최 부총리의 문제인식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먼저 금융권 관계자들은 은행의 실상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토로한다. A은행 직원은 “은행이 문만 오전 9시에 열고 오후 4시에 닫을 뿐 업무 준비와 마감 시간을 포함하면 평균 오전 8시 전에 출근, 저녁 7시 후에 퇴근이다”라고 했다. B은행 관계자는 “금융권 직원들의 평균 임금이 높다는데 왜곡된 부분이 있다”며 “근속연수가 높은 직원이 많기 때문에 연봉제로 임금을 지급하는 만큼 직원 평균 임금으로 환산하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의 금융 전문가들은 '은행 4시 마감', '억대 연봉', '금융노조' 때문에 한국 금융 수준이 우간다 보다 못한 것이 아니라 관치금융과 방만경영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금융권 노조는 최 부총리의 발언 역시 '관치로 빚어진 금융 낙후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금융권에선 최 부총리의 말 한마디에 발빠르게 움직이는 은행들의 행태야말로 개혁돼야 할 관치 금융이라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최소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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