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천국' 부산국제영화제 감동에 물들다

'시네마 천국' 부산국제영화제 감동에 물들다

세계 75개국 304편 작품 총출동… 총관객 22만7377명 '역대 최대' 亞 필름마켓 208개사 참여 후끈… '관객과 대화' 가을 밤 바다 달궈

  • 승인 2015-10-15 16:52
  • 신문게재 2015-10-16 22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 영화의 전당,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 전경
▲ 영화의 전당,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 전경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역현장연수차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현장에 다녀왔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일까지 세계 75개국 304편의 작품이 해운대 영화의전당과 센텀시티, 남포동 등 6개 극장 35개 스크린에서 상영됐고, 해운대 비프빌리지와 남포동 비프광장 야외무대 인사, 오픈 토크를 비롯해 영화의전당 두레라움광장 등에서 어느해보다 풍성한 작품과 프로그램들이 관객을 찾았다.

총 관객수는 역대 최다인 22만 7377명을 기록했고, 총 참석자 수도 해외 게스트를 포함, 역대 최다인 9685명을 기록했다. 관객과의 대화(GV)도 역대 최다인 353회를 기록했고, 기자회견 총 10회에 아시아 필름마켓에 총 208개사가 참여하는 기록을 낳았다. 연수 둘째날 저녁 하늘연극장에서는 탕웨이와 유청운 주연의 '세도시 이야기'가 상영돼 관심을 모았다.

1987년 작 '가을날의 동화'로 널리 알려진 메이블 청의 13년만의 신작인 이 작품은 중일 전쟁의 혼란기에 헤어진 남녀간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대하드라마로 성룡 부모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연수 마지막날엔 센텀 CGV에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프닝 필름 개막작인 인도 감독 모제즈 싱의 '주바안(Zubaan)'을 관람했다. 인도영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는 구니트 몽가가 제작한 작품인 주바안은 인도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인 발리우드 영화 특성답게 집단무와 음악이 인상적이다. <편집자 주>

▲플래시 포워드 부문 '피보다 가까운'저스틴 러너 감독 인터뷰

연수 첫째날인 10월6일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에서 플래시 포워드 부문-인터내셔설 프리미어 작품인 저스틴 러너 감독의 '피보다 가까운'을 관람하고 센텀호텔 18층 에메랄드홀에서 저스틴 러너 감독을 인터뷰했다. 플래시 포워드는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감각과 예술로서의 영화에 대한 뚜렷한 작가 의식을 보여주는 비아시아권 감독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저스틴 러너 감독은 “한국 영화 감독 중 봉준호 감독과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즐겨봤다”며 “이창동 감독의 '밀양'은 도덕적으로 복합적인 내용을 잘 풀어 몰입을 높인 창의력 높은 작품이라서 인상깊었고, 봉준호 감독의 '마더','살인의 추억' 등은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면에서 히치콕을 능가하는 최고의 영화로 꼽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는 제 영화 '걸프렌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며 “걸프렌드는 발달장애 다운증후군 언어장애 여성을 다룬 작품”이라고 소개 했다. 저스틴 러너 감독은 “저는 미국에서 잘못 태어난 유럽 감독 내지는 아시아 감독이란 소리를 듣는다”며 “제 영화가 한국에서 배급사를 만나 개봉할 수 있으면 정말 기쁘겠다”고 말했다.

저스틴 감독은 “보스턴 출신인 저는 발달심리학자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나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데 이번 제 영화에서 사촌간의 근친상간 스토리를 통해 도덕적인 딜레마를 다뤄보는게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영화 담당 박도진 프로그래머가 붙여준 자극적인 제목인 '피보다 가까운'이 제가 처음에 붙인 제목인 '위험한 가족'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며 “피는 가족 이상의 것을 표현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 “동성애나 근친상간 모두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히피로 사는 하버드대 철학과 출신 큰 아버지와 예일대 심리학과 출신 조카를 내세워 가족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진정한 가족애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에스프레소를 좋아한다는 그는 “부산 해운대 거리가 커피숍이 많아 신나고 기쁘고 즐겁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플래시 포워드 부문 '치킨' 조 스티븐슨 감독과 배우 인터뷰

6일 저녁 플래시 포워드 부문 영화중'치킨'을 관람한 후 주연배우와 감독과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이 영화는 7살 지능을 가진 '윌리엄 증후군'환자 리처드가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개척해나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담았다.

영화가 끝난후 만난 조 스티븐슨 감독은 “부산에 와서 영광이고 관객 여러분을 만나게 돼 기쁘다”며 “주인공 리처드가 성냥을 집어들고 나가 자신의 거쳐였던 카라반을 태운 것은 과거에 안녕을 고하고 앞으로 나가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동안의 슬프고 나쁜 기억은 태워서 없애버리고,가족을 그리워하면서도 과거를 극복하는 의미”라고 말했다.

리처드 역을 맡은 천부적인 연기력의 주연 배우는 “7살 지능을 가진 윌리엄 신드롬 캐릭터인 리처드를 연기하기가 매우 힘들었지만 제 연기가 기계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정말 리처드가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6살짜리 조카를 관찰하면서 중얼중얼 말하기 연습 등을 많이 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는 런던에서 공연된 60분짜리 연극에 기반을 뒀다”고 설명했다. 감독과 배우는 오랜 친구사이라고 소개한 조 스티븐슨 감독은 “이 영화에서 근친상간,가난, 알코올 중독, 가정내 성폭력, 홈리스, 노숙자, 소외계층 문제를 두루 다루고자 했다”며 “영화의 제목 '치킨'은 중의적인 제목으로 '겁쟁이'란 의미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뉴 커런츠 부문 '검은 말의 기억' 샤흐람 알리디 감독 인터뷰

연수 둘째날인 7일 오전 CGV센텀시티 7관에서 뉴커런츠-월드 프리미어 부문 '검은 말의 기억'(Black Horse Memories)을 관람하고 샤흐람 알리디 감독을 인터뷰했다. 뉴 커런츠 부문은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이끌 신인 감독들의 첫번째 또는 두번째 장편들의 경쟁 부문으로, 두편의 최우수 작품을 선정해 뉴 커런츠 상을 시상하고 있다. '검은 말의 기억'은 시리아난민들의 비극을 다룬 사회성 짙은 영화다. 샤흐람 알리디 감독은 “검은말 만다라가 임신한 상태는 새로운 생명을 낳기 위한 고통이자 쿠르드족의 미래의 희망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검은말의 기억은 스토리텔링보다는 삶의 긴 여정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BIFF 컨퍼런스

이날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에서는 BIFF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컨퍼런스의 키노트스피커였던 셰릴 분 아이작스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장은 오스카 시상식 등을 주관하고 있다. 아카데미위원회 17개 분과중 홍보분과 책임자인 그녀는 파라마운트 픽처스, 뉴라인 시네마 등에서 홍보와 마케팅 책임자로 활동해왔고, 아티스트, 킹스 스피치, 스파이더맨 2 등이 그녀가 작업한 유명 영화들이다.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예술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그녀는 CBI 엔터프라이즈 대표로서 영화 마케팅에 대한 컨설팅도 하고 있다. 그녀는 이날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글로벌 미션'이란 주제를 가지고 기조강연했다.

이날 오후 '학생 시네필 컨퍼런스:아시아의 눈으로 보는 영화 인문학 세션'에서는 충남대 국문과 이근희 학생이 발제해 관심을 모았다. 충남대 20여명의 학생들은 이번 컨퍼런스에 충남대 국문과 이형권 교수와 고고학과 류병래 교수, 서경숙 교수, 철학과 김세정 교수와 함께 참여해 1박2일간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의미있는 체험학습시간을 가졌다.

▲박도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와 김영우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인터뷰

박도신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영화 담당, 아시아 영화 아카데미 담당 프로그래머는 이날 센텀호텔 18층 에메랄드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예산은 120억원에 불과하지만 이미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선 영화제가 됐다”며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하기 위해 세계 각국 영화감독들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말했다. 박도신 프로그래머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베를린 영화제, 칸느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 등 세계 3대 경쟁영화제에 비하면 예산이 턱도 없이 많이 부족해 세계적인 영화제로 부상하려면 더욱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우 아시아 영화담당 프로그래머는 “우리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영화인들을 키우고 발굴하는 세계 유일의 영화제”라며 “우수하고 발전 가능성 많은 재능있는 아시아 영화 감독들에게는 상금과 제작비도 지원해준다”고 소개했다.

부산=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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